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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의시읽는마음] 모래 위에 떨어진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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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천

모래 위에 떨어진 물방울이

모래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꽃이 진 발자국마다

아직 별이 남아 있어

나는 보고 있었다

 

낯선 시간이 다가와 물었다

그 때를 기억하느냐고

 

바람이 불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을 뿐이다

어깨 위에 떨어진 꽃잎의

무게를 느끼지 않았다면

나는 울었으리라

 사라지는 것들. 떨어진 물방울이나 꽃잎, 아득한 한때의 기억…. 시 속 사람은 그것들을 한참 동안 살핀 모양이다. 모래 위에 떨어진 물방울이 모래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 것. 꽃이 진 흔적마다 어떤 빛이 스민 것.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실이다. 사라지는 것들이 실은 얼마나 짙은 ‘발자국’을 남기는지. 어깨 위에 떨어진 꽃잎의 무게마저 또렷이 감각한 사람. 그 무게를 알았기에 간신히 울지 않을 수 있었다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는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세상에 한번 생겨난 것들 중 그냥 그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은 없다고. 저마다 삶의 자국을 남긴다고. 모래 위에 떨어진 뒤 모래를 물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물방울처럼 안간힘을 쓴다고. 좀처럼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누군가는 그 작은 것에 시선을 떨군 채 온종일 웅크려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이 짧은 시 속 ‘별’처럼 박힌 글자를 읽고 또 읽을 것이다. 젖은 눈으로 오랫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듯이.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