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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대법관 인선 충돌, 피해는 국민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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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대법원 ‘서면 제청’ 진실 공방
靑 ‘코드 인사’ 고집이 사태 발단
여권, 대법원장 사퇴 압박 도 넘어
李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풀어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해 파장이 크다. 사전 조율을 못 해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 임명권이 충돌해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퇴학시켜 달라고 구걸하는 불량 학생의 태도”라는 거친 언사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전국에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현수막 게시를 지시했다. 심지어 “판사들은 왜 들고 일어나지 않느냐”고 부추겼다.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지나친 정치 공세다.

법원행정처장은 “청와대와 막판까지 협의했으나 합의하지 못했고, 대통령 면담 기회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면 제청은 민정수석실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반적인 인사 논의만 있었을 뿐 서면 제청 등 구체적 방식은 협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진실 공방에 국민은 혼란스럽다. 조 대법원장의 제청이 7개월 이상 미뤄진 건 이 같은 소통 부재 때문일 게다.

채희창 논설위원
채희창 논설위원

이번 사태의 원인은 ‘코드 인사’다. 청와대가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를 고집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 판사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문제는 그의 남편도 같은 연구회 출신으로 현 정부 들어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는 점이다. 부부가 최고 사법기관의 최고위직을 맡은 전례가 없다. 아내가 관여한 판결의 위헌성을 남편이 심판하는 건 ‘이해충돌’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법조계의 대다수 견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코드 인사를 관철하려고 한다. ‘청와대 책임이 더 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권을 부여한 건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부 독립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3부의 권한을 나눠 놓은 건 한쪽이 대법관 인사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권력분립 장치다. 아무리 임명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만 제청하라는 건 그 취지에 맞지 않는다. 대법관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삼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법관 제청 문제는 과거에도 논란이 됐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최종영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결국 제청을 수용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 때 진보 성향의 이용훈 대법원장도 “청와대에서 요구하는 카드를 그대로 받는다는 건 대법원장의 제청권, 나아가 사법권 독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발했다. 2023년 윤석열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도 갈등을 빚었지만 최종 합의했다. 역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을 거부한 전례가 없다.

문제는 이런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여당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해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대법관 12명이 늘어난다. 여기에 이 대통령 임기 중 대법원장과 대법관 10명이 퇴임해 무려 22명을 임명할 수 있다. 앞으로 대법관 인선 때마다 기싸움과 정치 공세를 되풀이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재판리스크 해소를 위해 대법원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데 왜 이렇게 대응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대법관 임명 제청을 반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강행한다면 헌법과 법률에 이와 관련한 별도 규정도 없어 법적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가중될 것이다. 사법부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반발이 커진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야당도 “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하라”고 맞불을 놓고 있지 않나.

대법관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 재판 지연으로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 상고심 사건 처리와 전원합의체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최우선시해야 할 것은 국민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다. 이 대통령이 국가 최고지도자답게 대승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것이 진보·보수를 넘어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