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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90도 인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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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은 70대 인턴인 주인공 벤(로버트 드니로)과 30대 여성 CEO 줄스(앤 해서웨이)의 세대를 뛰어넘는 관계를 그렸다. 코미디물이라지만, 담긴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벤은 젊은 CEO에게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고, 줄스는 나이 많은 인턴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누구도 상대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진정한 존중은 형식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사실에 많은 이가 공감했다.

과거 과학자들은 공감 능력을 타고나는 성향으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는 공감이 노력과 연습을 통해 키울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 자밀 자키는 저서 ‘공감은 지능이다’에서 “공감은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키우고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분열된 세계에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을 현대의 뉴노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난 5월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이 주민들에게 90도로 인사하는 것을 두고 한 학생이 온라인에서 제기한 문제가 공감을 얻었다. 학생은 출근길마다 나이 많은 경비원들이 주민들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불편하고 죄송스러웠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이 “왜 우리 아파트는 출근 시간에 경비가 인사하지 않느냐”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학생은 이를 두고 “기사로만 보던 갑질이 우리 아파트에서도 일어날 줄 몰랐다”며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석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출 후 지난 20일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김 대표가 “국민에 대한 존중을 알리는 길에서 90도 절로 시작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튿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도부는 같은 방식으로 인사했다. 그러자 ‘낯 뜨겁다’, ‘권위적이다’, ‘조폭식 인사 같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김 대표는 2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보았는데 여럿이 하고 깊이 숙이니 과해 보였나 보다”며 철회를 예고했다. 과도한 연출에 공감을 얻지 못한 탓이다. 그게 아니라면 정치인 겸손이 불편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