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4일 첫 회동부터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수시로 만나자”며 여야 대표 간 소통을 상시화하는 데 뜻을 모으는 한편 미래대응기금과 부동산 문제 등 민생 현안도 국회에서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장 대표가 노무현정부 당시 사례를 들어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자 김 대표가 제청 과정의 ‘절차적 정상화’ 필요성을 내세우면서 사법 현안을 둘러싼 시각차도 드러냈다.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붉은색이 섞인 넥타이를 맨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대표실을 찾아 장 대표와 만났다. 전임 정청래 대표가 국민의힘 지도부와 거리를 뒀던 것과 달리 취임 일주일 만에 제1야당 대표를 예방하며 협치 행보에 나선 것이다. 여야 대표 회동은 2024년 9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만남 이후 처음이다.
김 대표는 “저는 장동혁 대표 좋아한다”며 “장 대표와 끊어지지 않는 대화의 다리를 놓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대화의 정례화, 상시화를 얘기하는데 그걸 넘어서 수시화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장 대표도 “여야 대표실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은데 그동안 대화가 많이 없었다”며 “방송 카메라를 놓고 대화하는 것보다는 직접 만나서 수시로 대화하자는 제안에 적극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할 때는 야당과 힘을 합쳐서 그 기능을 함께 감당해 달라”며 여당 대표의 역할도 주문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 문제가 나오면서 달라졌다. 장 대표는 2003년 최종영 당시 대법원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법관 인선과 제청을 둘러싸고 갈등한 끝에 노 전 대통령이 임명 제청을 수용한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인 만큼 이번에도 사법부 독립이란 관점에서, 법치주의 수호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관점에서 이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며 “여당 대표로서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 편에서 역할을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편으로는 정치적 결단을 요청하신 것이고, 한편으로는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게 맞는 것 같다는 맥락을 담아주신 것 같다”며 “20년이 지난 지금 한쪽을 떠나 절차적인 모든 게 정상화돼야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답했다. 장 대표는 이에 “기존의 조율과 협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을 절차적 문제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김 대표의 해석과는 선을 그었다.
두 대표는 민생·경제 현안에서는 접점을 넓혔다. 장 대표는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관련해 “그 규모가 100조원이 넘는다면 국가재정법의 기본적인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초과세수가 발생한다면 50% 정도는 중산층, 서민, 청년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대규모 기금 운용을 정부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국회의 재정 통제 아래 두자는 취지다. 김 대표는 “전적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며 “여야를 떠나 국가재정에 대한 투명한 통제와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미래대응기금은 국민적 토론을 더 거치는 게 좋겠다”며 국회 논의를 약속했다.
부동산 문제를 두고 장 대표는 “최근 정부의 발표를 보면 대통령 공약과 반대로 가는 측면이 있다”며 “그것들이 뒤집힐 때는 국민에게 예상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만큼 일관성 있는 기조 위에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당정이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데 대해서는 “환영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세금으로 접근하지 않고 시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여야 간 부동산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논의하는 틀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 보겠다”며 부동산 정책을 놓고 별도의 여야 논의 틀을 만드는 방안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