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사 사망자 10명 중 6명이 50·60대인데도 사회적 고립에 빠진 중장년을 위한 정부 전담사업은 사실상 부재하다. 정부가 올해부터 중장년 고립 위험자에게 관계 형성과 건강관리, 경제자립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법적 근거나 전담 인력·예산을 갖춘 독립 사업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2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수행한 ‘생애주기별 사회적 고립 및 외로움 실태와 정책 과제’에 따르면, 연구진은 사회적 고립 대응정책에서 중장년층이 생애 주기상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타 연령층에 비해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일상돌봄서비스 외에는 많지 않다”며 “생애주기에서 중장년이 비어 있어 전담 지원사업의 신규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동은 아동복지법, 청소년은 청소년복지지원법에 근거한 정부 사업이 운영된다. 청년은 올해 시행된 위기아동청년법에 따라 고립·은둔 청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노인은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이 마련돼 있다.
반면 중장년 고립을 직접적인 정책 대상으로 삼은 법률과 전담사업은 부재하다.
중장년이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는 일상돌봄서비스인데,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일상돌봄서비스는 19∼64세에게 재가 돌봄과 가사, 식사·영양관리, 병원 동행, 심리지원 등을 제공한다. 이 서비스로는 사회적 관계 단절과 실직, 채무, 알코올 문제 등 중장년 고립의 복합적인 원인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장년 지원의 공백은 이들이 고립사 고위험군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의 관련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고립사 사망자 중 60대는 32.4%(1271명), 50대가 30.5%(1197명)를 차지했다. 성별과 연령대별 사망자 현황을 함께 볼 때 5060 중장년층 남성이 고립사에 가장 취약했다.
보고서는 “중장년은 지원사업의 법적 근거가 미비해 법제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중장년 고립 문제를 별도의 생애주기 과제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고독·고립 예방 및 관리 사업 운영 지침’을 개정해 청년과 중장년, 노인에게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2월부터는 발굴체계를 강화해 체납과 자살 위험 등 고독사 관련 위기정보 27종을 연계한 ‘고독사위기대응시스템’을 개통했다.
다만 보고서가 지적한 정책 공백이 해소되진 않았다.
정부가 중장년에게 제공할 서비스 유형을 새로 제시했지만, 이는 기존 고독사 예방사업 안에 중장년 맞춤형 서비스를 추가한 방식이다.
지원 대상도 현재로서는 고립사 위험군을 중심으로 한다.
복지부는 고독사위기대응시스템 적용 범위를 향후 사회적 고립 위험군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고립사 위험이 본격화하기 전 단계에 있는 고립 중장년을 선제적으로 찾아 지원하는 체계는 아직 구축 과정에 있다는 의미다.
김은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고독사예방조사연구센터장은 복지 제도가 대체로 근로능력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똑같이 근로능력이 있는 정책 대상인 청년에 대해서는 구직 지원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중장년은 여전히 빠져 있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