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농축협 조합장과 대의원 등 선거 과정에서 금품 선거로 사법처리되는 불법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북 안동농협에서도 비상임 이사선거를 앞두고 금품살포가 현실화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안동농협 비상임이사(임원) 선거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을 수사 중인 경찰이 당선된 비상임이사 10명과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134명 전원을 입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 과정에 오간 금품 규모는 경찰 추산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안동경찰서는 24일 안동농협 비상임이사 후보자 15명과 대의원 134명, 브로커 역할을 한 농협 관계자 등 모두 162명을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입건된 후보자 15명 중 10명은 당선인 신분으로 이 중 8명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자진해서 사퇴했다.
후보자들은 대의원 1명에게 각 50만∼90만원씩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일 후보자 1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후보자 4명은 이달 말까지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134명도 모두 금품 수수 혐의(농업협동조합법 위반)로 입건됐다.
안동농협 전체 대의원 수는 140명이다. 이 가운데 6명은 이번 비상임이사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해 투표권이 없었다.
대의원들은 여러 후보에게서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 가운데 1000만원 넘게 받은 대의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논·밭두렁, 목욕탕 탈의실, 차량 내부 등 외부 시선을 피하기 쉬운 곳에서 고무줄로 묶은 6만원권 다발을 둥글게 말아 악수하는 척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후보자와 대의원 사이에서 금품 전달을 중개한 브로커들은 농협 관계자 등 출신이었으며, 대의원들의 성향을 분류한 분석표를 만들어 관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브로커들은 고무줄로 묶은 5만원권 현금 뭉치를 이른바 '실탄'이라고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는 금품을 제공하고도 낙선한 한 후보가 대의원들에게 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금품 제공·수수 경위와 자금 흐름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자들을 순차적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동농협은 지난 3월 26일 비상임이사 10명을 뽑는 선거를 치렀다.
당시 후보자 18명이 등록했으며, 선거운동 기간 1명이 사퇴하면서 17명이 실제 선거에 참여했다.
지역농협 비상임이사는 별도 보수를 받는 상근 임원은 아니지만 조합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임기는 4년으로 이사회에 참석해 조합의 주요 사업과 경영 방침 등을 심의·의결한다. 회의에 참석하면 수당까지 받는다.
조합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향후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발판으로 여겨지기도 해 지역농협에서 경쟁이 치열한 자리로 손꼽힌다.
안동농협은 조합원 약 7000명, 총자산 2조원 규모의 지역농협이다.
안동농협은 이번 사건으로 당선된 이사 10명 가운데 8명이 사퇴하자 이들 후임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오는 9월 4일 진행한다.
선거인명부 열람은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