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과 경제·안보 분야에서 긴밀한 유대와 전략적 협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대중국 메시지는 여전히 절제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혈연의 유대’ 등 강한 표현을 앞세우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과시하는 것과 비교하면 북·중, 북·러 관계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21일(현지시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지난 19일 발표한 국제정세 관련 입장표명에 대해 중국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김 부장은 세계·지역 안보 문제를 폭넓게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북한은 ‘양국 간 포괄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러시아와의 연대를 재확인했다. ‘일본의 재군사화 위협’은 북한과 중국의 입장이 일치하는 사안임에도 김 부장은 입장문 전문에서 중국을 단 한 차례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38노스는 북한 매체의 보도에 이 같은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 7월 북·중 우호협력조약 65주년 계기 고위급 교류 등을 예로 들었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의 긴밀함을 강조할 때 사용해온 ‘피로 맺은 우정’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중 정상은 지난달 11일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 기념일을 맞아 서로 축전을 주고받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에 “피로써 맺은 전투적 우의”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위업 실현을 위한 피어린 투쟁의 여정”이라고 쓰는 데 그쳤다. 반면 김 위원장은 15일 조국해방절(광복절)을 기념해 평양 해방탑을 참배했을 때에는 “조·로(북·러) 사이의 훌륭한 역사와 전통, 혈연의 유대는 양국 친선협조관계의 근본초석”이라고 강조했다. 해방탑은 1945년 북한 지역에서 일본군을 몰아내다 전사한 소련군을 추모하겠다며 만든 상징물이다. 38노스는 “ 북·중이 정책적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와 양국 관계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에서 보이는 절제된 태도 사이에 지속적인 괴리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불일치는 이해관계와 입장이 점점 더 겹친다고 해서 반드시 정치적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했다.
이처럼 이해관계 확대가 공개적인 친밀감의 과시로 반드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북·중관계 성격이 과거 역사적 연대 중심에서 실익 중심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박병광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9년과 2026년 북·중 정상외교를 비교하며 “양국 관계가 ‘관계 복원’에서 ‘전략적 공고화’로 발전했다”고 언급했다. 박 연구위원은 “2019년 정상외교의 정치적 정당성은 주로 전통적 우호와 혁명적 친선이라는 역사적 서사에 기반했다면 2026년 정상외교에서는 공동 발전, 공동 안보, 공동 번영,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 등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