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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일손서 동네 이웃으로… ‘함께 사는 일상’ 지원한다 [S스토리- ‘코리안 드림’ 외국인, 주민으로 품는 지자체들]

울산 동구·천안·인천 등 지자체
4∼16개 언어 소식지 제작 발행

비자·체류 절차 안내수준 넘어
쓰레기 배출·의료·창업 등 확대

시흥 다문화·외국인 주민協 운용
울산 동구 반상회 열고 소통 나서

작년 말 체류 외국인 278만명
취업 관련 59만4000여명 달해

단순 산업인력 수급 차원 아닌
지역 경제·인구 지탱 한 축으로

비전문서 숙련 비자로 전환 지원
외국인 유학생 정착에도 총력전

지난 달 21일 울산 동구 방어동에서 열린 ‘슬기로운 동구 생활’ 설명회. 회의장을 채운 우즈베키스탄 국적 근로자 56명의 시선이 안내자료에 쏠렸다. 쓰레기는 언제,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부터 공원 이용법, 주정차 단속 기준, 보건소 이용법과 오토바이 운행 시 주의사항까지 설명이 이어졌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지만 외국인에게는 낯선 생활정보들이다. 참석자들은 휴대전화로 자료를 찍고 궁금한 점을 물으며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코리안드림을 품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일하러 온 사람’에서 ‘함께 사는 주민’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에서 일하고 장사하고 가정을 꾸리는 외국인이 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정책도 달라졌다. 비자나 체류 같은 행정 절차를 안내하는 수준을 넘어 쓰레기 배출부터 의료·안전, 주민 모임, 취업과 정착까지 챙기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8만여명으로 전년보다 5% 늘었다. 이 가운데 취업 자격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59만4000여명이다. 외국인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고 소비하고 세금을 내는 ‘이웃 주민’인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내 체류 외국인 일상 속으로 들어온 생활정보이다. 대표적인 게 다국어 생활가이드와 외국인 소식지다. 비자·체류 절차부터 병원 이용, 대중교통, 쓰레기 배출, 긴급 신고전화까지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여러 언어로 전달한다.

울산 동구는 생활정보와 제철 먹거리, 건강관리법, 지역 행사 등을 20쪽 안팎의 소식지에 담아 분기별로 발행한다. 중국어·베트남어·우즈베키스탄어·스리랑카어 등 4개 언어로 제작한다. 외국인 주민이 전체 인구의 5.8%(4만여명)인 충남 천안시는 생활행정정보 가이드북을 16개 언어로 제작한다. 외국인 등록·체류 절차와 의료·세금·생활민원 등을 담았다. 인천시는 6개 언어로 지방세 안내문을 만들어 주민세·자동차세 납부방법은 물론 체납에 따른 비자 연장 제한, 재산 압류 등도 안내한다.

외국인이 직접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반상회’도 등장했다. 경기 시흥시는 2021년부터 다문화·외국인 주민협의체 ‘시흥에 사는 우리들(시사우)’을 운영하고 있다. 7개국 출신 12명이 참여해 다문화·외국인 정책에 의견을 내고 인식개선 활동과 기초생활질서 캠페인, 자원봉사 등을 펼친다. 울산 동구도 지난해부터 내·외국인 30여명이 참여하는 반상회를 연 3∼4차례 열어 서로 소통하고 유대감을 쌓도록 하고 있다.

언어 장벽을 낮추는 통·번역 서비스는 이제 일상이 됐다. 영어·중국어·베트남어뿐 아니라 러시아어, 아랍어, 인도네시아어 등으로 지원 언어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북도의 ‘119신고 통역봉사단’이 대표적이다. 16개 언어 통역이 가능한 93명의 봉사자가 참여한다. 외국인이 119에 신고하면 상황실이 신고자와 통역봉사자를 연결해 신속한 의사소통을 돕는다.

외국인주민지원센터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한국어 교육부터 체류·비자, 임금체불, 산업재해 상담까지 한곳에서 받을 수 있는 든든한 생활 창구다. 지원 범위는 창업까지 넓어졌다. 부산 글로벌창업이민센터는 국내 창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에게 창업교육과 멘토링, 투자 연계, 창업비자(OASIS) 프로그램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해 지역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유학생’을 미래의 지역 주민으로 붙잡으려는 지자체도 있다. 충북은 ‘K유학생 1만명 유치’를 목표로 전담 조직인 ‘외국인정책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제천시와 단양군 등은 우수 외국인 유학생에게 비자 특례를 주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추진하고, 괴산군은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하는 지역 기업에 장려금을 지원한다.

전북 김제시는 원광대학교, 한국폴리텍대학 전북캠퍼스, 지역 기업과 함께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한국어·직무교육부터 인턴십과 취업, 지역특화형 비자(F-2-R) 전환까지 연계해 유학생이 지역에서 일하고 정착하도록 돕는다.

생색용이 아닌 체감용 사업이 많다 보니 지자체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30일간의 서울일주’ 1·2기 수료생의 평균 만족도는 92.8%였다. 키르기스스탄 출신 A씨는 “졸업 후 홀로 취업을 준비하며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부터 채용정보 분석, 비즈니스 한국어, 비자 정보까지 배울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 포천시는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 전환’을 돕는다. 비전문취업(E-9), 선원취업(E-10), 방문취업(H-2) 등의 자격으로 산업현장에서 일해 온 외국인 근로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과 한국어 능력, 근무경력·숙련도를 갖추면 지역특화형 숙련기능인력 비자(E-7-4R)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한 산업인력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인구구조를 지탱하는 구성원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지원은 디지털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전북도는 ‘전북 외국인 포털’과 ‘전북국적플러스’ 앱을 통해 생활정보와 온라인 교육·공공서비스 정보를 제공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충북 음성군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AI 기반 화재안전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6개 국어 지원과 GPS 기반 긴급 SOS, 증강현실(AR) 소화기 훈련 등의 기능을 갖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 외국인의 달라진 위상이 있다고 설명한다. 산업현장의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외국인 근로자’를 넘어 지역에서 일하고 소비하며 가정을 꾸리는 ‘주민’이 됐다는 것이다. 순천향대 임동진 교수(행정학)는 “외국인 인력은 한국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며 “특히 인구소멸을 겪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들이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지역에서 소비하고 아이를 키우는, 지역 활성화에 필요한 ‘주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OECD 국가들도 낯섦과 오해를 줄이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과정을 거쳤다”며 “이들을 별도의 존재가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책임지는 지역공동체 주민으로 받아들이는 지자체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곽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반상회, 주민협의체나 생활밀착형 서비스 같이 내·외국인이 실제로 마주치고, 함께 문제를 푸는 장치는 다문화수용성을 끌어올리는 경로”라면서 “이런 정책은 앞으로 더 확대되고 정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