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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권석준 교수 ② “한국은 국가 안보 관련 AI 국내 통제권 갖춰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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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의 美 vs. 가성비 中…어중간한 韓

美, AI를 핵무기급 국가안보 자산으로
中, 美 제재 맞서 혁신적 돌파구 사활
韓, 안보 관련 AI 국내 통제권 갖춰야

AI(인공지능)가 화두인 시대다. AI 경쟁의 일선에 서 있는 기업만의 관심사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정부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500만명에 육박하는 주식 투자자들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반도체가 존재한다. 세계일보 주최 ‘한강로 포럼’은 지난 13일 ‘반도체 삼국지’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의 저자인 권석준 성균관대 공대 부학장을 연사로 초청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대신해 물어봤다.

 

권 교수는 “AI 버블은 버블이기는 하지만 터져도 어느 정도는 매니지(관리)가 가능한 버블”이라면서 “버블이 터지면 경제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미국 정부가 터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와 관련해선 “AI 모델 성능에선 미국이 앞서 있지만, 가성비 좋은 모델을 오픈 소스로 풀어서 남미나 중동 등 제3세계 국가들을 공략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제재 속에서 중국이 돌파구를 찾는, 이른바 세렌디피디(serendipity·뜻밖의 발견)가 나올 확률도 경계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공대 부학장이 지난 13일 세계일보 주최 ‘한강로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반도체 기정학과 AI 산업의 패권 전략 변화’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권석준 성균관대 공대 부학장이 지난 13일 세계일보 주최 ‘한강로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반도체 기정학과 AI 산업의 패권 전략 변화’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다음은 권 부학장과의 주요 문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강연 내용도 문답으로 재구성했다) 두 차례에 나눠 게재한다.

 

―미국은 올 6월 앤트로픽의 가장 강력한 AI 모델인 클로드 페이블5와 클로드 미토스5의 국외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

 

“미국은 AI를 사실상 전략 핵무기급 자산으로 보면서 국가안보 자산화하고 있다. 페이블5나 미토스5를 사실상 ASI(인공슈퍼지능) 단계로 인정하고 사이버 보안 대상에 포함했다. 반면 중국은 AI 모델인 GLM-5.2의 전면 개방을 선언했다. 미국의 폐쇄형 모델과 중국의 개방형 모델이 경쟁하는 구도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경쟁 와중에 글로벌 AI 생태계가 디커플링(탈동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은 명확한 디커플링은 아니더라도 점차 이 생태계 자체가 분리될 수밖에 없는 기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AI 산업 자체가 디커플링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생태계가 디커플링이 되면 당연히 AI 모델의 학습을 담당하고 있었던 AI 데이터 센터, 그리고 AI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고 있었던 반도체까지도 디커플링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 회사가 쓰던 미국 회사가 쓰던 호환이 됐다. 글로벌 자유무역 환경에선 기술적 호환성이 보장된다. 그런데 반도체 생태계가 분리되면 기술적 호환성이 점점 무너지기 시작한다. 중국용과 미국용 메모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제조사 입장에서 봤을 때는 비용이 2배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바로 이 부분이 AI 디커플링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함의라고 생각한다.“

 

권 교수는 저서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에서 미국의 AI 생태계의 중국 포위를 위해 기술적 우위나 표준, 로드맵 외에도 안보적 영향력을 활용할 것이라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나라 중에는 한국과 일본이 포함될 것”이라고 썼다. “미·중 인공지능 생태계 패권 전쟁이 한국의 문제가 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AI 성능은 더 많은 GPU와 더 큰 데이터 세트가 보장한다는 공식이 이른바 중국의 ‘딥시크 쇼크’로 금이 갔다.

 

(‘딥시크 쇼크’는 2025년 1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추론모델 R1(과 앞서 V3)을 공개하면서 미국 AI·반도체 시장이 급락한 사건을 말한다. 딥시크는 OpenAI의 o1·GPT-4o에 근접한 성능을 내는 모델을 내놓으면서, V3 학습에 약 557만 달러(H800 GPU 2048장)만 썼다고 밝혔다. 딥시크의 557만 달러가 최종 학습 1회 비용이라면, OpenAI의 수천만 달러 수준보다 훨씬 낮은 비용이다. 사실이라면, 돈과 GPU를 더 넣어야 더 좋은 모델이라는 스케일링 법칙이 무너진 것. 이러한 성과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저성능 칩만 쓸 수 있게 묶어놓은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AI 효율 혁신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AI 모델 성능은 미·중 양강 구도가 강고하다. 한국은 미·중에 이어 글로벌 3강을 형성한다. 다만, 성능 지표면에서는 미·중과 격차가 크다. 성능 일변도였던 AI 경쟁의 축이 가성비라는 다른 축으로 확장됐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다. 이전에는 누가 AI 신경망의 파라미터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는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단위 와트당 얼마나 많은 토큰(AI가 글을 다루는 최소 단위)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초당 얼마나 많은 토큰을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가성비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성능 경쟁에선 미국이 중국보다 6개월 정도 앞서 있다. AI 기술에서 6개월은 엄청난 차이다. 가성비 경쟁은 점차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 미국은 성능을 주축으로 하다 보니 개발된 AI 모델 대부분이 다 폐쇄형이다. 중국은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AI 모델을 대부분 오픈 소스로 풀어버린다.”

 

―성능의 미국 대(對) 가성비의 중국 대결 구도인가.

 

“그렇다. AI 모델에서 미국이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중국은 가성비를 무기로 미국의 비싼 모델을 사용하기 어려운 제3세계 국가들을 공략하고 있다. 남미나 중동 지역, 아프리카나 동남아, 러시아 등이다. 서구권에서 봤을 때는 중진국이나 후진국이지만 인구는 그런 곳이 훨씬 많다. 장차 더 큰 소비시장이 된다. 현재 AI 시장은 저렴한 토큰 생성으로 가성비 높은 범용 오픈소스(중국)와 압도적 성능의 프런티어 모델(미국)로 양분화한 형국이다. 앞으로는 경쟁이 누가 더 가성비 높은 모델을 만들 것이냐는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강력한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가성비가 떨어지면 문제가 된다. 좋은 모델을 만들려고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 수익 회수가 안 되면 현금의 흐름에서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구글 등 글로벌 빅 테크의 AI 투자 현금 흐름이 말라가고 있다. 현금이 바닥나기 전에 그동안 쏟아부었던 AI 데이터센터나 AI 모델들이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하다. 가성비 있는 모델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하고 로봇과 자율주행차, 드론, 농기구 등 응용 분야가 많다. 제조업 AX는 AI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중 AI 패권 경쟁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소버린 AI’ 정책 추진 과정에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나.

 

“성능과 가성비 지표로 봤을 때 한국은 애매한 위치라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영역의 데이터, 모델, 인프라 주권은 국내에서 통제권 내에 두어야 한다. 적어도 바이브 코딩에 쓸 수 있는 모델이 소버린 AI로 나와줘야 한다. 최소한의 회복 탄력성, 충격 회복력을 위한 버퍼를 확보하는 차원이다. 산업 AX의 경우 산업에 특화된 고유 테이터의 통제권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다. 기업용 또는 글로벌 산업과 직결되는 영역의 AI 기술은 국산 모델 사용을 강제하는 정책을 자제해야 한다. 과거 국산 암호화 모듈 개발이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하는 바람에 (우리가 글로벌 표준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가 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권 교수는 ‘반도체 삼국지’에서 전자 산업의 왕국으로 불렸던 일본의 핸드폰이나 경차, 디스플레이가 국제 표준이나 세계 시장의 추세와 다르게 발전하며 고립되면서 갈라파고스 섬처럼 고립됐다고 진단했다.

 

―저서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에서 “현재로서는 기술력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혁신이나 우회 전략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 자생을 시작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썼다. ‘딥시크 쇼크’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보나.

 

“저는 과학자로 훈련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증거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만든다고 하는데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다. 중국에서 자기네 말로 ‘카보쯔(卡脖子) 기술’이라고 부르는 게 있다. ‘목을 조른다’는 뜻이다. (카보쯔 기술은 중국이 목을 졸리고 있는 병목 기술로,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자립해서 돌파해야 할 과제로 삼고 있다) 카보쯔의 1번 기술이 리소그래피(lithography·노광) 기술이다. (노광 기술은 반도체 제조의 심장으로 웨이퍼 위에 빛으로 회로 그림을 그려 넣는 공정이다) 미국이 극자외선 노광기술(EUV패터닝)을 통제하는 한, 중국은 한국이 하는 HBM급 반도체 생산이나 TSMC가 하는 2나도급 파운드리로의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패터닝은 반도체 표면 위에 2차원 또는 3차원 구조로 아주 미세한 각종 패턴을 새겨넣는 공정이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뚫기 위해 기존 경로와 다른 우회로를 찾고 있다.

 

“맞다. 중국은 어차피 미국의 제재를 당하는 마당에 왜 미국이 정해놓은 이 EUV 기술 로드맵을 따라가야 하느냐, 라는 얘기를 할 수 있다. 자기들만의 우회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적용해서 칩을 생산했다는 새로운 노광 기술(DUV 멀티패터닝)이 그런 우회로다. 책에 썼던 내용을 명확하게 설명드리면 현재 미국이 만들어 놓은 기술 로드맵 상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지금 한국과의 기술 격차나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중국이 다른 대안으로 접근해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느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두고 봐야 된다. 저는 모기장 비유를 많이 드는데, 가로세로 1mm 정도의 모눈을 가지고 있는 모기장을 생각해 보라. 모기가 1mm보다 작으면 여기를 통과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모기장 2장을 겹치면 모눈의 가로 세로가 0.5mm가 되고 만약에 하나 더 겹치면 0.25mm가 된다. DUV 멀티패터닝의 원리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정밀하게 해야 한다. 정밀하게 정렬시키는게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다. 조금만 틀어져도 안 된다. DUV 멀티패너닝의 맹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산업의 역사를 보면 세렌디피티가 많이 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우연히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는 격으로 새로운 성질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거나 정말 엉뚱한 돌파구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중국은 지금 그걸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어렵다고 보지만 계속 이렇게 속된 말로 삽질을 지속하는 한 세렌디피디가 나올 확률도 우리가 경계하고 모니터링도 해야 한다. 중국 기술의 허와 실을 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