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재 중소기업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최근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A씨가 자신이 원하는 수준보다 급여가 적음에도 중소기업에 취직한 건 경력을 쌓는 게 우선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순 업무를 지속하거나 사주의 개인적인 지시가 계속되는 등 자신이 소모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A씨는 “중소기업을 디딤돌 삼아 대기업으로 이직하려는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대감이 상당히 줄었다”면서 “일단 여기서 나간 후에 다시 대기업나 공공기관 취업 준비를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첫 직장을 중소기업에서 출발한 청년(19~28세) 10명 중 6명만 해당 직장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 입직했다 만족하지 못해 미취업 상태로 이탈한 비율은 11.4%로, 대기업·공공부문 출발자의 미취업 이탈율(6.5%) 대비 2배 정도 높았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첫 직장지로 택하지 않는 배경에 열악한 근로조건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직무능력을 쌓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있는 만큼 정부가 중소기업을 통한 ‘경력 사다리’ 구축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2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청년층의 고용현황 및 노동시장 초기 이행경로 분석’에 따르면 첫 직장의 기업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라 고용시장에서 청년들의 향후 이행경로는 뚜렷하게 달라졌다. 보고서는 종사자 수 기준 300인 이상 및 공공부문을 대기업·공공부문으로, 300인 미만은 중소기업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분석결과 중소기업 출발자는 대기업·공공부문 출발자보다 첫 직장 유지율과 상향이동 비율은 낮은 반면 미취업 비율은 높은 특성을 보였다. 첫 직장 유지비율은 중소기업 출발자는 1년 후 79.6%, 2년 후 68.9%, 3년 후 59.2%로 하락했다. 대기업·공공부문 출발자와 유지율 격차는 1년 후 4.9%포인트, 2년 후 7.7%포인트, 3년 후 9.7%포인트 등 시간이 갈수록 확대됐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공공부문으로 이동하는 ‘문턱’도 높았다. 중소기업 출발자가 3년 후 대기업·공공부문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4.7%로 5%에도 못 미쳤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미취업 상태로 전락한 비율도 시간이 갈수록 높아졌다. 중소기업 출발자는 1년 후 전체의 7.1%가 미취업 상태로 이탈했는데, 이 비율은 2년 후 9.5%, 3년 후 11.4%로 커졌다. 대기업·공공부문은 1년 후 5.0%, 2년 후 5.6%, 3년 후 6.5%에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이는 중소기업에서 숙련 축적 여건이 열악해 경력을 쌓기 힘들다는 그간의 통계와 맥을 같이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300인 미만 기업의 법정외복지비용 및 교육훈련비는 166만5000원으로 300인 이상 대기업(505만9000원) 대비 32.9% 수준에 머물렀다. 또 2025년 8월 기준 임금근로자 중 ‘지난 1년간 직업능력 향상 및 개발을 위한 교육·훈련 경험’이 있는 정규직 비율은 54.7%였던 반면 비정규직은 32.5%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거나 비정규직일수록 직무 훈련 경험을 쌓을 확률이 떨어지는 셈이다.
중소기업 내 이동에서도 임금과 보상 조건이 개선됐지만, 대기업·공공부문으로 이동한 경우보다 개선폭은 작았다.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중소기업으로 이직할 경우 68.4%가 실질임금을 상승했고, 개인별 실질임금 변화율은 중위값이 10.6%였다. 반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공공부문으로 이동한 경우 실질임금 상승비율은 73.2%, 개인별 실질임금 변화율 중위값도 16.7%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청년의 초기 노동시장 이행은 첫 일자리의 기업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라 차별화된다”면서 “이런 결과는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서 현재의 근로조건 뿐 아니라 입직 이후의 경력전망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이에 중소기업 내에서도 향후 안정적으로 경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일자리의 기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경력 사다리’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직무능력은행제 및 고용24 통합경력증명과 연계해 실제 수행직무, 업무내용, 숙련수준을 NCS 능력단위에 따라 기록·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중소기업에서 축적한 직무 경험이 기업의 채용 및 보상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경력인정체계와 기업의 활용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대기업·공공부문으로의 이동만을 경력발전으로 보기보다는 중소기업 내에서도 안착할 수 있게 경력을 지속할 수 있는 경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