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시리아가 1979년 이후 47년 만에 미국의 이른바 ‘테러지원국’(state sponsors of terrorism) 명단에서 제외됐다. 한때 테러리스트로 지목돼 목에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렸던 현 시리아 임시 대통령이 취임 후 약 19개월 만에 이룩한 큰 성과다.
24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이날 시리아를 테러지원국 목록에서 삭제했다.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팔레비 왕조가 축출된 1979년 처음으로 테러지원국 지정이 이뤄진 지 47년 만의 일이다. 이로써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북한, 이란, 쿠바 3개국만 남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국제 테러 행위와 완전히 거리를 두기 위한 시리아 정부의 긍정적 행동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며 “시리아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 그리고 시리아의 세계 경제로의 재통합을 가로막는 마지막 주요 장벽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시리아에 ‘번영으로 가는 길’(path to prosperity)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콧 베센트 제무부 장관도 “시리아의 정치적·경제적 안정 촉진을 위한 추가 투자 독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목록에 오른 나라는 가혹한 경제 제재를 각오해야 한다. 당장 미국의 대외 원조를 받을 수 없고 무기 수입 등에도 제한이 가해져 안보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크다. 테러지원국 기업들과 무역 거래를 하는 외국인은 물론 외국 정부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시리아 정부가 미 행정부의 이번 조치를 “역사적 진전”이라며 높이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리아가 테러지원국에서 빠지는 데에는 아메드 알샤라(43) 임시 대통령의 공로가 컸다. 알샤라는 수니파 이슬람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지도자로, 2024년 12월 바샤르 알아사드(60) 당시 대통령의 독재 정권을 끝장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2000년 부친의 뒤를 이어 시라아 대통령에 오른 알아사드는 무려 24년간 집권하며 정치적 반대자와 민주화 운동가들을 탄압해 ‘21세기 최악의 독재자’라는 평가를 듣는 인물이다. 알아사드 정권 동안 목숨을 잃은 시리아 국민만 60만명에 달한다.
알아사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푸틴이 파병한 러시아군 부대의 도움 덕분에 가까스로 권력을 유지했으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로 병력이 부족해진 러시아가 시리아에 주둔하던 자국 군대를 철수함은 물론 시리아를 위한 군사 지원까지 축소하며 위기를 맞은 것이다. 결국 알샤라가 이끄는 HTS가 2024년 12월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며 독재 정권은 망했고, 알아사드는 푸틴 비호 아래 러시아로 도망쳤다.
이듬해인 2025년 1월 알샤라는 시리아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HTS는 미국에 의해 ‘국제 테러리스트 단체’로 지정돼 있으며, 한때 테러 조직 ‘알카에다’에 몸담았던 알샤라 본인 역시 목에 1000만달러(약 138억원)의 현상금이 걸렸던 테러리스트 출신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나는 영원한 적(敵)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며 알샤라 그리고 시리아 임시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알샤라 또한 HTS 지도자 시절 입던 군복을 벗어 던지고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변신해 ‘문민(文民) 정치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 2025년 5월 중동 순방 도중 알샤라와 처음 대면한 데 이어 6개월 뒤에는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대했다. 얄샤라는 같은 해 9월 미국 뉴욕 유엔 본부를 방문해 시리아 정상으로는 1967년 이후 58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 총회에서 연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