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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 1명이 100명 발굴… 접촉 응해도 10명 중 3명 ‘재고립’ [심층기획-닫힌 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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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안부만으로는

인력난과 싸우는 고립가구 돌봄 최전선

고립·단절 가구 급증에도 전담 인원 ‘제자리’
찾아가도 허탕 일쑤, 문 앞 쪽지로 소통 시도
“당장 문 열지 않아도 연락할 여지 계속 남겨”

통합돌봄·AI 도입해도 결국 사람의 일

은둔자 관계 회복·사회 복귀까지 수년 걸려
현장선 “밥만 주고 귀찮게 말라” 모진 말도
단발성 지원 넘어 예산·인력 지속 확충해야

추적추적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

 

삼전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두 명이 2층 현관문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삼전복지관 복지사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연락 주세요.’ 담당 복지사는 준비해 온 포스트잇을 문에 붙였다. 집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서울 양천구 신정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지난달 25일 고립 가구 발굴을 위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화번호와 라면이 든 봉투를 실은 수레를 끌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 밖으로 나온 고립 은둔 당사자들이 다시 자원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구예지 기자
서울 양천구 신정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지난달 25일 고립 가구 발굴을 위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화번호와 라면이 든 봉투를 실은 수레를 끌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 밖으로 나온 고립 은둔 당사자들이 다시 자원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구예지 기자

이들이 찾은 가구에는 ‘은둔·거부가구 맞춤형 지원사업’ 대상자인 여성 A씨가 혼자 살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는 복지관에서 대면 상담을 받았는데 9월부터 연락이 일방적으로 끊겼다. 현재는 복지사와 주민활동가가 교대로 간편식 등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피해가 없는지 수시 방문도 한다. 담당 복지사는 “쪽지를 보고 공용전화로 문자나 연락을 주는 경우가 있다”며 “오늘 당장 문을 열지 않더라도 연락할 수 있는 여지를 계속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빌라에서는 중년 여성이 1층 현관으로 내려왔다.

 

복지사들은 간편식과 여름나기 물품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 이달 처음 의뢰된 가구였다. 정모 복지사는 복지관 역할을 짧게 설명했지만 오래 머물지 않았다. 통상 초기 상담에는 30분에서 1시간이 걸리지만, 경계심이 큰 상태에서 질문을 쏟아내면 다시 문을 닫을 수 있어서다.

 

삼전복지관에서는 가정방문 상담 시 2인 1조로 활동한다. 관리 중인 은둔·거부 가구는 약 15명이며, 새롭게 접촉을 시도 중인 가구는 11∼12명이다. 복지사들이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은 재고립이다.

접촉에 응한 10명 중 2∼3명은 다시 일정 기간 고립으로 돌아서곤 한다. 이 때문에 완전한 단절을 막기 위해 문자 등 연락의 끈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복지사들은 입을 모은다. 동시에 한 번 문이 열렸다고 안심할 수 없다. 안부 확인에서 상담으로, 상담에서 복지서비스와 사회활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25일 지자체 공무원과 지역 사회복지관 담당자 20명을 인터뷰한 결과, 고립가구에 문을 두드리는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제한된 인력으로 분투하고 있었다. 정책 대상은 늘어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는 건 현장의 공통된 호소다.

 

일례로 구미시는 2024년 이후 고독사 예방사업 예산을 약 6억원 규모로 늘리고 인공지능(AI) 스피커, 24시간 출동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그런데 담당자 수는 그대로다. 직원 2명과 팀장 1명이 관련 업무를 나눠 맡고, 읍면동에서는 통상 한 명이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사례관리, 고독사 예방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

 

3월 통합돌봄이 시행된 뒤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통합돌봄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요양·돌봄을 한 번에 받는 서비스다. 통합돌봄과 고독사 예방 업무를 별도 조직에 둔 지역도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당수 읍면동에서는 기존 담당자가 여러 신규 사업을 함께 떠안는다.

◆대상은 확대, 인력은 그대로

 

고립사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현장에서는 ‘공무원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느냐’는 혼란도 덩달아 늘고 있다.

 

자치구가 없는 세종시에서는 ‘낮엔 광역자치단체 업무를, 밤에는 기초자치단체 업무를 한다’는 의미로 ‘주광야기’(晝廣夜基)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세종시 관계자는 “복지 사업은 줄어들 일이 없고 사각지대 발굴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며 “읍면동은 힘들다고 하는데 시는 중앙정부 지침을 전달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니 인력이라도 확충해 달라는 게 현장 요구”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지자체 인력이 전폭적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읍면동 단위에서는 담당자 1명이 100명 이상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북 구미시의 한 읍의 공무원 B씨는 고독사 위험가구 업무를 혼자 도맡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 체납 등 위기정보가 시스템에 뜨면 전화와 유선 연락을 시도한 뒤 직접 집을 찾는다. 최근에는 연락이 닿지 않는 주민을 한 달 동안 찾아다녔다. 뒤늦게 이웃을 통해 이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B씨는 “열 번 잘해도 한 가구를 놓칠 수 있고, 결국 그 책임은 복지 공무원에게 돌아오지 않느냐”며 매번 노심초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위험가구를 찾아도 문을 강제로 열거나 서비스를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대상자가 발굴되면 어느 지자체든 생계·주거·정신건강 등 필요한 자원을 연결할 수 있지만, 이웃에게조차 발견되지 않는 위기 가구를 찾아내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전했다.

소속 자원봉사자가 같은 날 문고리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화번호와 라면이 든 봉투를 거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내 작은 힘으로 방 안에 외롭게 있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나올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예지 기자
소속 자원봉사자가 같은 날 문고리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화번호와 라면이 든 봉투를 거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내 작은 힘으로 방 안에 외롭게 있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나올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예지 기자

◆프로그램 참여까지 먼 길

 

현장 관계자들은 안부 확인과 관계망 형성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립 위험군을 발굴해 전화나 방문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단계가 어렵게 이뤄져도, 고립된 당사자를 집 밖으로 나오게 하고 정기적인 모임에 참여시키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개입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중장년 남성들을 발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 대부분이 ‘밥 등 경제적 지원만 해주고 귀찮게 굴지 말라’는 식”이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부 확인과 달리 관계망·생활개선 프로그램은 당사자의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대상자가 적다”고 설명했다. 세종시는 임대아파트 공간을 활용해 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대상자들을 정기적으로 모이게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경우 매주 정기적으로 나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지역 인프라에 따라 지원에도 차이가 난다. 예컨대 경남 창녕군에는 종합사회복지관이 없어 지자체가 직접 소규모 프로그램을 꾸린다. 농촌에서는 물리적 거리도 장벽이다. 의성군 관계자는 “중장년 남성은 열 번 권유하면 아홉 번은 거절하는 데다 주민들이 독가촌에 흩어져 살아 읍·면 소재지까지 나오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고립 위기 가구를 마주하는 현장 관계자들은 안부 확인을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닫힌 문 앞에 쪽지를 붙이고, 물품을 전달하며 연락할 통로를 남기는 일이 고립을 끊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안부 확인에서 관계 회복과 사회 복귀로 나아가려면 한 사람을 장기간 담당할 전담 인력과 안정적인 예산, 정신건강 등 전문기관과의 협력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삼전복지관 관계자는 “한 사람이 밖으로 나오기까지 1년 반, 2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지원 물품 구입비와 활동비 등 적지 않은 금액이 든다. 발굴 대상은 늘고 있는 만큼 전담 인력과 예산이 지속돼야 발견 즉시 찾아가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