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운전자에게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혈액 측정을 요구해 얻은 음주운전 결과값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최근 A씨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 재상고심에서 이 같은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2월23일 대전 유성구의 한 도로에서 250m 동안 혈중알코올농도 0.129%의 주취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10여차례 호흡 측정을 시도했으나 공기량이 부족해 결과가 나오지 않자 A씨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방식으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확보했다.
A씨는 이후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 측은 경찰이 혈액 채취 과정에서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혈액 감정 결과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혈액 채취에 동의했고, 강압적 분위기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4년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형종 상향 금지 원칙’을 어겼다며 2심 판결을 깼다.
이후 파기환송심은 지난해 12월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A씨에게 “호흡 측정을 하든지 혈액채취를 하든지 둘 중 하나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만 설명했고, 혈액채취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은 따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따라서 경찰관이 A씨에게 임의제출받은 혈액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하고, 감정서는 이를 기초로 한 2차적 증거로 역시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