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신고된 50대 전직 경찰관이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아내 주거지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자 경찰의 대응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25일 0시30분쯤 5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혐의로 전직 경찰관이자 A씨 남편인 B씨를 경기도 모처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B씨는 전날 제주 서귀포시에 거주 중인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7시쯤 서귀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남편 B씨는 지난 23일 오후 다른 가족에 의해 서울 중랑경찰서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B씨가 ‘죽고 싶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사라졌다며 경찰에 “소재를 찾아달라”고 신고했다.
서울 경찰은 즉각 B씨가 자주 가는 경기 구리경찰서에 공조 요청을 하고 다음날엔 A씨가 거주 중인 제주 경찰에도 수색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가 서울 주거지에 메모를 남긴 후 제주도로 이동해 23일 오전 3∼4시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에 대한 실종신고는 범행 추정 시간 이후인 23일 오후 1시52분 접수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하지만 B씨가 가정폭력으로 지난 3월부터 내년 8월까지 A씨 주거지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는데도 실종신고가 들어온 지 18시간 뒤인 24일 오전에서야 서귀포경찰서로 수색 공조를 요청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2월쯤 주거지 접근금지 명령을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은 A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올해 3월24일부터 내년 3월까지 주거지 접근금지를 명령했다. 하지만 남편 B씨는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하고 제주를 찾아가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 장미란(37)씨 등 제주 지역 장기 실종자에 대한 담당 경찰관의 ‘허위 종결’과 경찰의 미흡한 초동 대응 등에 대한 비판론이 거센 상황에서 경찰 출신 실종자가 범행을 벌인 뒤 도주한 사건에 대한 충격파는 상당해 보인다. 경찰은 B씨 범행 이후 소재나 이동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 사건 허위 종결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34) 경장은 ‘교통사고 사망’이라는 이유를 들어 장미란씨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유를 ‘사망’으로 입력하면 시스템상 사건이 종결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 경장은 지난달 신고된 60대 남성 실종 사건에 대해선 “남성(실종자) 소재를 발견했다”고 허위 기재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
전날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농장에서 발견된 시신은 장씨로 최종 확인됐다. 제주경찰청은 장씨 추정 시신에 대한 부검 결과 법치의관의 치아 감정에서 장씨와 일치한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이한 골절 등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발견 당시 지문은 소실된 상태로 DNA를 채취해 긴급 감정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출 당시 소지했던 휴대전화, 전자담배가 함께 발견됐고 팔찌, 반지도 착용 중이었다”며 “장씨의 휴대전화에 대해 면밀하게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