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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수 업고 역대급 확장재정… 野 “나랏빚 외면 무책임” [2027년 800조+α 슈퍼예산]

금융위기 후 첫 10%대 증가율

700조 1년 만에 앞자리수 바뀌어
반도체발 추가 세수 160조 전망
2027년 국세수입 600조 육박할 듯
박홍근 “성장률 높일 천재일우”

野 “닥치고 지출, 부담 떠넘기기”
예산안 국회 협의과정 진통 예고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규모를 ‘800조원+α’로 편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세수가 역대급으로 늘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 재정을 마중물 삼아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겠단 취지다. 정부는 특히 최근 10년 내국세 증가율보다 많이 걷히는 추가세수와 올해 발생하는 초과세수 등을 통해 미래성장기금이란 ‘별도의 주머니’를 새롭게 만들 계획이다. 일반회계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확장재정을 두고 야당을 중심으로 “국가채무를 줄이지 않는 무책임한 재정 운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국회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5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800조원을 넘어 올해 본예산(727조9000억원) 대비 10%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본예산 기준 총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넘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0.6%) 이후 18년 만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700조원대 예산안을 편성한 데 이어 1년 만에 정부 총지출 규모의 앞자리 수가 바뀌는 셈이다.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오른쪽)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성숙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수도권 전월세난 등 부동산 문제의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허정호 선임기자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오른쪽)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성숙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수도권 전월세난 등 부동산 문제의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허정호 선임기자

정부가 확장재정에 나서는 배경에는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법인세 납부 실적 증가 등 세수 호조세가 자리한다. 성과급 지급 등 소득세 증가도 세수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내년 국세수입이 지난해 8월 말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상 내년도 전망치보다 100조원 넘게 걷힐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정부가 전망한 내년도 국세수입 전망치가 421조1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국세수입이 500조원대 중후반대까지 증가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세수 전망치가 늘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대응기금도 당초 전망했던 10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의 핵심 재원은 ‘추가세수’다. 추가세수란 내국세 최근 10년 연평균 증가율(약 6%)을 적용해 산출한 ‘추세치’를 웃도는 세수를 말한다. 정부가 설정한 추가세수 산식에 따르면 내년도 내국세 추세치는 370조원 수준 정도로 추정된다. 내년도 국세수입이 600조원에 육박할 경우 내국세 규모는 530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차액에 해당하는 160조원 안팎이 추가세수에 적립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역대급 세수가 ‘천재일우’(박홍근 기획처 장관)의 기회라면서 잠재성장률 반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AI) 글로벌 대변혁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만큼 ‘생산적 지출’을 가려내 재정 집행에 속도감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2011~2015년만 해도 3.4%로 추정됐지만 내년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례적인 세수 증가 국면임에도 국가채무 감축 방안이 함께 제시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선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에는 문재인정부 당시에도 추진됐던 ‘재정준칙’이나 그보다 유연한 형태의 ‘재정앵커’ 개념도 언급되지 않았다.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나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원칙을 말한다. 재정앵커는 총량적 재정지표의 중장기적 상한선을 설정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정부안은 부채 관리를 배제하는 재정 운용”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정부 예산안 기조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닥치고 지출, 무책임한 확장재정”이라면서 “초과세수가 생기면 빚부터 갚아야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 왜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국가재정법을 보면 국채상환에 우선하라고 원칙에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