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신청자에게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가 넘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마련했다. 법적 근거 마련이 연방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행정부 규칙으로 우회해 강행에 나섰다.
미 국토안보부는 24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신규 H-1B 비자 신청에 10만3265달러의 수수료를 내도록 하는 규정안을 내놨다. 기존에는 해외에서 H-1B 비자를 신청하는 이들이 주로 대상이었던 데 비해 미국에서 신청하는 이들도 수수료를 내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따라서 새로 마련된 수수료는 신규 신청자 대부분에 적용된다.
이는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10만달러로 책정하는 포고령을 발표하면서 국토안보부에 공식적인 제도를 마련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88억달러(약 12조원)를 모아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포함한 관련 기관의 운영자금에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H-1B 비자에 대한 10만달러 수수료 포고령은 이미 미 연방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번에는 국토안보부안으로 우회해 시행에 나섰는데, 이번 안도 확정될 경우 역시 법정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1B 비자는 요건을 갖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도 가능하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신청이 압도적으로 많다.
비자를 갱신하거나 병원·대학 등에 취업하는 외국인에게는 수수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농촌 지역 병원은 인력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H-1B 수수료 적용 예외를 받을 수 있도록 로비를 벌여왔다. 국토안보부의 규정안 제시로 향후 30일간 의견 수렴이 시작되며 연말쯤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문직 비자에 대한 고액 수수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 온 강력한 이민단속 정책의 일환이다. 이 정책이 나온 뒤 ‘이민자의 신화’로 꼽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의 H-1B 비자였다면 우리 가족은 미국에 못 왔을 것”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H-1B가 승인된 근로자 출신국을 따져보면 인도가 71%, 중국이 11.7%로 1·2위였고 한국은 1%로 5위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액 수수료 제도로 한국 출신 고숙련 인력의 미국 취업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인력 파견, 현지 인력 채용 등에서도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