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역사의 KBO리그뿐만 아니라 12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1936년 시작해 90주년을 맞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단 한 번도 없었던 세계 최초의 사례가 만들어졌다.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패한 팀이 바로 다음 경기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승리하는 일이 벌어졌다. KIA 타이거즈 얘기다. 전 세계 야구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을 만들어냈다.
KIA는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KBO리그 롯데와의 홈 경기에서 4-5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터진 대타 이호연의 우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 슬램으로 8-5 대역전승을 거뒀다.
불과 이틀 전, KIA는 키움과의 고척스카이돔 원정 경기에서 9회말 2아웃까지 7-4로 앞서있었으나 마무리 이의리가 시즌 타율 1할(10타수 1안타)에 불과했던 백업 포수 김재현에게 끝내기 만루포를 얻어맞고 역전패를 당한 바 있다. 충격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4위로 내려앉았지만, 마치 데칼코마니 같은 끝내기 만루포로 승리하면서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선발 시라카와 케이쇼의 호투로 2-0 앞서 나가던 KIA였지만, 시라카와가 5회 들어 갑작스런 난조로 5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한화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뒤 ‘복덩이’ 역할을 해내고 있는 하주석이 6회 추격의 투런포를 터뜨리며 4-5까지 따라붙었지만, 역전은 해내지 못하고 9회말 공격을 맞았다.
롯데는 당연히 9회말 수비에서 마무리 김원중을 올렸다. 김원중은 38홈런으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도영을 3루 땅볼로 처리했지만, 나성범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이창진을 삼진 처리해 2아웃까지 잘 잡았지만, 김호령과 김태군에게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KIA 이범호 감독은 한 방이면 역전이 가능한 상황에서 변우혁 대신 이호연을 대타로 투입했다. 2차 드래프트로 올 시즌을 앞두고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은 이호연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12경기에서 타율 0.200(25타수 5안타) 0홈런 2타점에 그쳐있었다. 그 누구도 이호연이 끝내기 만루포를 때릴 것이라는 예상을 한 이는 없었다.
이틀 전 김재현이 끝내기 만루포를 때릴 것이라고 예상한 이도 없었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게 야구다. 이호연도 해냈다. 김원중의 4구째 포크볼이 가운데로 들어오자 이호연은 벼락같이 잡아당겼고, 우측 담장을 넘겼다. 이호연의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이자 생애 첫 만루홈런, 생애 첫 대타 홈런이었다. 특히 9회말 2아웃에서 대타 끝내기 만루포는 KBO리그 역대 최초의 기록이다. 세계 최초의 기록과 더불어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홈런을 때려낸 이호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