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그대로인데 근육 늘고 뱃살 쏙?”
46세 성인 2264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커피를 5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1~2잔 마시는 사람보다 체지방이 적고 골격근량은 많았다. 체중이나 체질량지수(BMI)는 거의 차이가 없었는데도 그랬다.
더 흥미로운 건 따로 있다. 이 연구는 원래 체성분보다 호르몬을 들여다보려고 설계됐다. 남성의 경우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총 테스토스테론과 생체이용 테스토스테론,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SHBG)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여성은 SHBG가 높고 유리 안드로겐 지표는 낮은 쪽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된 분지사슬아미노산(BCAA) 수치도 남녀 모두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낮았다.
◆체지방은 줄고 근육은 늘고, BMI는 그대로
핀란드 오울루대 연구진이 ‘북부 핀란드 출생 코호트 1966(NFBC1966)’ 참가자를 분석해 지난달 16일 국제학술지 유럽영양학저널에 발표한 내용이다. 논문 제목부터가 “커피 섭취와 테스토스테론·심대사 지표의 관계”다. 몸무게 얘기는 오히려 곁가지에 가깝다.
연구진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부터 하루 5잔 이상 마시는 사람까지 섭취량별로 나눠 체성분을 비교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집단일수록 체지방과 내장지방은 적고, 골격근량은 많았다. BMI와 허리둘레는 집단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몸무게와 키만 봐서는 드러나지 않는 차이가, 몸 안의 지방·근육 구성에서는 나타난 셈이다.
◆46세 한 시점 분석…생활습관·역인과 가능성도
숫자만 보면 커피를 마실수록 살은 빠지고 근육은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연구진은 이걸 인과관계로 해석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가장 큰 이유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집단에 남성 비율이 높고, 흡연자도 더 많았으며, 교육수준은 오히려 낮은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체지방·근육량 같은 지표는 이런 특성 차이를 통계적으로 다 걸러내고 비교한 게 아닌 섭취군별 평균을 단순 비교한 결과에 가깝다. 반면 호르몬 분석에서는 BMI, 교육수준, 흡연, 신체활동, 음주 등을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무엇보다 이는 46세라는 한 시점의 자료만 들여다본 횡단연구다. 커피를 많이 마셔서 몸이 이렇게 됐는지, 원래 이런 몸과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건지는 이 자료만으로 알 수 없다.
연구팀 스스로도 역인과관계 가능성과 식습관·스트레스 같은 측정되지 않은 변수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루 5잔 무작정 따라 마시면 안 돼…카페인 섭취량 따져야
이 연구의 하루 5잔을 한국 커피 습관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도 무리다. 참가자 대부분(약 98%)이 필터 커피를 마신다고 답했을 뿐이다. 원두 종류나 로스팅 정도, 우유·설탕 첨가 여부, 심지어 '한 잔'의 용량조차 통일된 기준이 없었다. 카페인으로 환산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하는 성인 카페인 하루 섭취 한도는 400mg 이하다. 같은 한 잔이라도 종류와 양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커피를 일부러 늘려 마실 이유는 없다.
연구진도 이번 결과는 커피와 대사·호르몬 지표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 것일 뿐, 원인과 결과를 증명한 게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커피 성분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지 확인하려면,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중재시험까지 이어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