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첫 사례가 된 전북특별자치도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 수당 지급 논의 과정에서 ‘명예회복’과 ‘예우’가 주요 명분으로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130여년 전 사건에 대한 현금성 지원의 정당성과 다른 역사적 사건 유족과의 형평성, 지방재정 부담 등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전북도의회가 지난해 7월31일 진행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유족 수당 지급 정책 도민공청회’ 자료를 보면 당시 공청회는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조례 제정의 의의, 참여자 유족 등록제도와 유족 현황, 참여자 유족 수당 지급 사례, 향후 참여자 유족 수당 지급 계획 등에 관한 내용이 다뤄졌다.
전북도 이름으로 작성된 이 자료는 봉건제도를 개혁하고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수호하기 위해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고,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유족의 명예회복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관련 조례 제정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북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는 제3조에서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적극 발굴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제5조는 “도지사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공청회 자료는 동학농민혁명을 두고 “민족·민주주의의 백두대간”이라며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 저항 의식과 민족에 대한 자존감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근간이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인 전북에서 정작 그 가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에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죄로 동학 참여자와 그 후손들은 100여년의 세월 동안 반란과 역적이라는 오명에 숨어지내야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동학농민혁명의 가치를 제대로 세우고 역사의 뒤안길로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참여자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유족 수당 지급의 필요성으로 제시됐다. 자료는 “동학 참여자와 후손들의 명예를 복권하고, 최소한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최소한의 보답”이라고 설명했다.
유족 수당 지급이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헌법 전문 포함 등 관련 과제를 해결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담겼다. 유족 등록 후 통지서만 전달됐을 뿐 보상과 혜택이 없었던 유족들에게 실질적인 예우 방안이 될 것이라는 점도 수당 지급의 의미로 제시됐다.
2019년 12월 유족 수당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 지역 내 거주 유족에게 수당을 지급한 전북 정읍시 사례도 자료에 담겼다. 정읍시는 2020년 1월 유족 19명에게 10만원의 수당을 처음 지급했다.
다만, 수당 지급을 두고 유족 예우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사회적 보답이라는 찬성 의견과 함께 130여년 전 사건에 현금성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반대 의견도 제시됐다고 자료는 설명했다.
다른 역사적 사건 유족들과의 형평성 문제, ‘역사적 예우’와 ‘복지 정책’의 구분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반대 논거로 제시됐다.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과 시대적 적절성, 지방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자료는 적었다.
역사적 예우와 명예회복 문제가 강조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 수당 논의를 거쳐 전북도는 1년 후 지급을 결정했다.
전북도는 지난 25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내에 1년 이상 거주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 723명에게 1인당 연 12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했던 연 60만원에서 2배 늘어난 금액이다.
올해 예산은 8억6800만원으로 도와 시·군이 3대7 비율로 분담한다. 지급 대상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유족으로 결정·등록된 자녀, 손자녀, 증손자녀다.
유족들은 전주와 정읍, 임실, 익산, 부안 등에 거주하고 있다. 신청·접수는 오는 9월4일부터 22일까지 유족 거주지 읍·면·동사무소에서 받는다. 수당은 11~12월 지급될 예정이며 일부 시·군은 지급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전북도는 이번 수당 지급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후손에 대한 국가 차원의 합당한 예우를 촉구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3월 동학 지도자와 동학교도, 농민이 조선시대 봉건사회의 부정·부패 척결, 반외세 기치를 내걸고 일으킨 민중항쟁이다. 외세의 침략과 내정 간섭에 맞서 국권을 지키고자 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며 이후 항일 의병운동으로 이어지는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원택 전북지사는 “유족수당 지급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명예를 높이고 그 뜻을 후손에게 잇기 위한 뜻깊은 출발”이라며 “합당한 국가적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