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마치고 소방복을 벗은 뒤에도 ‘소방관의 사명’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전북 지역 퇴직 소방공무원 15명이 안전 전문관으로 다시 현장에 나서 홀몸노인과 장애인 등 화재 안전 취약계층의 집을 직접 찾아가 안전을 살피고 있다. 지난 6월 활동을 시작한 이들이 지금까지 안전을 보살핀 가구만 3054세대에 달한다.
26일 전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주관한 올해 퇴직 공무원 사회공헌사업 공모를 통해 퇴직 소방공무원 15명을 안전 전문관으로 위촉하고 ‘화재 안전 취약자 든든한 안전 보살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 전문관들은 홀몸노인과 장애인 등이 거주하는 가정을 직접 방문해 단독 경보형 감지기 등 안전 물품을 설치하고 집 안의 화재 위험 요인을 꼼꼼히 살핀다. 위험 요인이 발견되면 이를 제거하고, 화재 예방 수칙과 대피 요령도 주민의 눈높이에 맞춰 알려준다.
화재 위험만 살피는 게 아니다. 건강이나 생활 상태를 함께 확인해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 관련 복지 부서와 연계하는 등 ‘안전 돌봄’ 역할까지 수행한다.
퇴직 소방관들이 다시 현장을 찾은 이유는 오랜 소방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 화재에 취약한 이들의 안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날도 안전 전문관들은 전주시 완산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 65세 이상 노인과 청각 장애인 가구를 대상으로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해 주고 소방안전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청각 장애인 가구에는 전주시 수어통역센터 관계자가 함께 방문해 화재 예방 수칙과 화재 발생 때 대피 요령을 수어로 전달하는 등 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했다.
퇴직 소방관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안전 보살핌을 받은 가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6월 881세대를 시작으로 7월 1048세대, 이달 1125세대를 찾아가 현재까지 모두 3054세대에 안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의 활동에는 평생 현장에서 익힌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떤 위험이 생길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을 미리 점검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퇴직 이후에도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지역 사회에 돌려주며 또 다른 방식으로 ‘소방관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진형민 전북도소방본부장은 “퇴직 소방공무원의 경험과 전문성은 도민 안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화재 안전 취약계층을 세심하게 살펴 도민 누구도 안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퇴직 공무원 사회공헌사업은 만 50세 이상 퇴직 공무원의 공직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 행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대국민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인사혁신처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국민안전, 사회통합, 행정혁신, 경제 활성화 등 4개 분야 56개 사업에 모두 466명이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