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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물 벌컥벌컥 마셨는데”…‘뇌 붓고 경련’ 온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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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온열질환자 4460명…폭염엔 수분 보충 필수지만 과잉도 위험
땀 흘린 뒤 손실량 넘겨 물 계속 마시면 혈중 나트륨 희석·뇌부종 우려
OSHA “장시간 고온작업 땐 전해질 보충”…스포츠음료도 과음은 금물

“더워서 물 벌컥벌컥 마셨을 뿐인데…”

 

폭염 속에서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지만,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물을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장시간 땀을 흘렸다면 물을 한꺼번에 들이켜기보다 나눠 마시고, 필요하면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는 것이 좋다. unsplash
폭염 속에서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지만,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물을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장시간 땀을 흘렸다면 물을 한꺼번에 들이켜기보다 나눠 마시고, 필요하면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는 것이 좋다. unsplash

폭염이 이어지면 가장 먼저 따라붙는 건강수칙이 있다. “물을 자주 마셔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탈수를 막으려면 더운 날 규칙적인 수분 섭취가 필수다. 문제는 짧은 시간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을 억지로 들이켜는 경우다.

 

땀으로 수분과 염분을 잃은 상태에서 손실량보다 많은 물을 계속 마시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다.

 

27일 질병관리청의 ‘2025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4460명으로 2024년(3704명)보다 20.4% 늘었다. 2011년 감시체계가 시작된 이후 2018년(452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 중 29명이 숨졌는데, 전년(34명)보다는 14.7% 줄었지만 감시체계 도입 이래 네 번째로 많은 사망자 수였다. 폭염 속 탈수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물을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뜻은 아니다.

 

◆땀 흘린 뒤 물만 계속 마시면 ‘혈중 나트륨’ 떨어져

 

건강한 사람의 혈중 나트륨 농도는 통상 135~145mmol/L 수준으로 유지된다. 이 수치가 135mmol/L 아래로 내려가면 저나트륨혈증으로 진단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신장이나 심장·간 질환, 특정 약물, 항이뇨호르몬 이상도 원인이 된다. 여기에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서 손실량보다 훨씬 많은 물을 마시는 상황이 겹치면 혈액 속 나트륨이 희석된다.

 

특히 운동이나 야외 작업을 오래 하면서 ‘탈수될까 봐’ 물을 계속 마시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땀으로 나트륨은 빠져나가는데 물만 과도하게 보충하면 체액의 균형이 깨진다. 땀을 많이 흘렸다는 이유만으로 저나트륨혈증이 생기는 건 아니다.

 

운동 관련 저나트륨혈증에서는 몸이 배출하거나 땀으로 잃은 양보다 많은 저농도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핵심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시간당 1ℓ’는 절대적인 안전선 아냐

 

성인의 신장이 단시간에 배출할 수 있는 수분량은 대략 시간당 0.7~1.0ℓ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내 수분 섭취기준 연구도 비슷한 범위를 제시한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은 좀 더 구체적으로, 시간당 약 1.4ℓ(48온스)를 넘는 섭취는 혈중 염분 농도를 급격히 낮춰 의학적 응급상황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땀으로 빠져나가는 수분량, 신장 기능, 식사 여부, 복용 약물, 항이뇨호르몬 분비 상태에 따라 몸이 실제로 처리할 수 있는 양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달라진다. 중요한 건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몰아 마시지 않는 습관이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빠르게 낮아지면 혈액의 삼투압도 함께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농도가 낮아진 세포 밖의 물이 세포 안으로 이동하면서 세포가 붓는다.

 

이런 현상이 뇌에서 심해지면 문제가 커진다. 두개골 안에서는 부을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두통과 메스꺼움, 무기력, 혼란이 나타나고, 급격히 진행되면 경련이나 의식저하, 혼수로 이어질 수 있다.

 

◆열탈진과 증상이 겹친다…의식 흐리면 물 억지로 먹이지 말아야

 

저나트륨혈증을 폭염철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열탈진과 증상이 겹칠 수 있어서다.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 무기력만 놓고 보면 단순 탈수인지 온열질환인지 저나트륨혈증인지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렵다. 증상만으로는 확진도 안 된다. 혈액검사로 나트륨 농도를 확인해야 한다.

 

폭염 속에서 이상 증상을 보인다고 무조건 물부터 계속 먹이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심하게 혼란스러워하고, 경련·반복적인 구토·의식소실이 나타나면 물이나 음료를 억지로 먹이지 말고 즉시 응급의료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고령층은 저나트륨혈증 위험을 높이는 만성질환이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티아지드계 이뇨제가 대표적인 위험요인 중 하나다. 심부전, 신장질환, 간경변처럼 체내 수분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 있다면 의료진이 정한 수분 섭취량을 우선해야 한다.

 

질병관리청도 폭염 때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물을 규칙적으로 자주 마시라고 권고하면서, 신장질환 등으로 평소 수분 섭취를 제한받는 사람은 미리 의사와 상담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장시간 땀 흘렸다면 전해질도…스포츠음료도 ‘무제한’은 아니다

 

고온 환경에서 장시간 일한다면 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더운 환경에서 2시간 이상 작업할 때는 물뿐 아니라 전해질이 든 음료에도 접근할 수 있게 하라고 권고한다. NIOSH 역시 땀을 여러 시간 흘리는 작업에서는 균형 잡힌 전해질 음료를 권한다.

 

섭취 속도도 중요하다. NIOSH는 2시간 미만의 중간 강도 작업 시 약 240㎖(한 컵) 정도의 물을 15~20분 간격으로 나눠 마시라고 안내한다. 한꺼번에 들이붓기보다 나눠 마시는 방식이다.

 

폭염 속 수분 섭취와 물 과음의 위험을 표현한 이미지. 왼쪽은 물을 적절히 나눠 마시는 모습, 오른쪽은 짧은 시간 과도한 수분 섭취로 두통 등 저나트륨혈증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을 나타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폭염 속 수분 섭취와 물 과음의 위험을 표현한 이미지. 왼쪽은 물을 적절히 나눠 마시는 모습, 오른쪽은 짧은 시간 과도한 수분 섭취로 두통 등 저나트륨혈증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을 나타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스포츠음료라고 마음 놓고 과음해선 안 된다. OSHA는 물은 물론 스포츠음료 등 다른 음료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혈중 염분 농도가 낮아지는 응급상황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증 저나트륨혈증으로 경련이나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서는 3% 고장성 식염수를 투여하는 치료를 한다. 이때도 혈중 나트륨을 지나치게 빠르게 올리면 삼투성 탈수초증후군이라는 심각한 신경계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나트륨 수치를 반복 측정하며 교정 속도를 조절한다.

 

폭염 때 물을 줄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여전히 온열질환을 막는 기본 수칙이다. 핵심은 ‘많이’가 아닌 ‘적절하게’다.

 

더운 날에는 물을 규칙적으로 나눠 마시고, 장시간 땀을 흘렸다면 음식이나 전해질이 든 음료로 손실된 전해질도 함께 채워야 한다. 반대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억지로 들이키는 습관은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