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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다쳐야만 학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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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에도 폭염 속에 반려동물을 방치한 사례가 잇따랐다. 서울의 한 옥상에는 바닥 온도가 50도를 넘고 가림막조차 없는 곳에 개가 방치돼 있었다. 한 펫숍에서는 개 18마리가 38도에 이르는 더위 속에서 냉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 갇혀 있었다.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굶주림·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한다. 또한 부득이한 사유 없이 동물을 혹서 등 환경에 방치해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경우, 관할 지자체는 동물을 소유자로부터 격리해 구조·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사례처럼 동물이 폭염 등에 방치되어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 적절한 보호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소유자에게 즉각적인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그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개선 의지가 없거나 동물의 상태가 위급하다면 즉시 격리해 치료와 보호를 받게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지자체가 명백히 열악한 상황에서도 ‘뚜렷한 상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학대 판단과 개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것인지를 담당공무원의 경험과 주관적 판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보다 객관적이고 일관된 학대 판단기준과 대응 절차가 필요하다. 법은 수의사의 진단 등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피학대 동물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도록 하므로,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수의사, 명예동물보호관, 동물보호단체, 경찰이 신속하게 협력할 수 있는 상시 대응체계를 만들고, 폭염·한파, 급수·급식, 사육환경, 질병·상해 정도 등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요소도 구체적으로 지표화할 필요가 있다.

눈앞의 생명을 위험에서 보호하는 행정은 결코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 법이 학대를 상해의 결과가 아니라 ‘고통’ 자체를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동물보호 행정은 동물이 다치거나 죽기 ‘이전에’ 생명을 지켜내는 제도여야 한다.
 

박주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