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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11년 만에 다시 추진…“바빠서”vs“위험해서”

30년 굳어진 ‘한 줄 서기’ 출근길 가보니
두 줄 서기 2015년 중단…정부, 29일 토론회 개최

“두 줄로 이용해주세요. 두 줄로 가야 균형이 맞아 고장도 적습니다.”

 

27일 오전 8시 30분쯤,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시민들이 구리역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허은선 인턴기자
27일 오전 8시 30분쯤,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시민들이 구리역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허은선 인턴기자

27일 오전 경기 구리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안전요원이 시민들에게 이같이 안내했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습관적으로 오른쪽에 줄에 몰려들었다. 한 시민이 안내를 듣고 왼쪽에 올라서자 그제야 두줄이 생기며 양쪽 균형이 맞춰졌다. 소요 시간만 2분 이상 걸리는 긴 구간인 만큼 상행에서는 ‘두 줄 서기’가 간간이 지켜지는 모습이었다. 반면 하행에서는 여전히 시민들이 오른쪽으로 붙어 서고 왼쪽으로 걸어 내려가는 풍경이 반복됐다. 

 

현장의 안전요원은 “두 줄로 서는 게 더 안전하지만 오랫동안 한 줄 서기가 습관으로 굳어져 바꾸기 쉽지 않다”며 “먼저 선 사람이 뒷사람의 눈치를 감수하며 총대를 메야 해서 더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 “출퇴근길엔 걷는 게 효율적” vs “안전 위해 동참해야”

 

시민들이 용산역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고 있다. 허은선 인턴기자
시민들이 용산역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고 있다. 허은선 인턴기자

 

환승 인파가 몰리는 서울 용산역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역사 내 1열짜리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 올라갔고, 외부 승강기에서도 왼쪽 열은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위한 통로로 비어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이동한다는 손모(27)씨는 “지하철은 열차나 약속 시간에 맞춰 가야 하는 경우도 많고, 특히나 출퇴근 시에 많이 이용하는데 두 줄로 서서 가게 되면 답답하고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시민들도 급한 사람을 위해 한쪽 길을 터주는 문화가 유지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줄 서기’가 이뤄지고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 에스컬레이터. 허은선 인턴기자
‘한 줄 서기’가 이뤄지고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 에스컬레이터. 허은선 인턴기자

 

반면 보행자의 안전과 사고 예방을 위해 두 줄 서기 문화를 받아들이겠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군 복무 중인 20대 홍모씨는 “빨리 이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급할 땐 걸어가는 게 편하겠지만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 두 줄 서기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낙상에 취약한 고령층도 두 줄 서기에 강한 지지를 보였다. 김정기(75)씨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건 위험해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안전을 위해 두 줄로 이용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 끊이지 않는 사고·고장에…정부, 11년 만에 ‘두 줄 서기’ 재검토

 

행정안전부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오는 29일 국민 참여 정책 소통 토론회를 열고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과 안전 대책을 논의한다. 2015년 두 줄 서기 캠페인을 공식 중단한 지 11년 만에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두 줄 서기 카드를 다시 꺼내 든 배경에는 끊이지 않는 넘어짐 사고와 장비 고장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행안부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는 총 135건이다. 이 중 이용자 과실로 발생한 사고가 90건이었으며, 그 가운데 70건이 넘어짐 사고였다.

 

구리역사 내 벽에 붙어 있는 ‘두 줄 서기’ 안내 문구. 허은선 인턴기자
구리역사 내 벽에 붙어 있는 ‘두 줄 서기’ 안내 문구. 허은선 인턴기자

 

기계 수명 단축에 대한 학계의 경고도 이어진다. 지난해 ‘승강기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허윤섭 승강기안전기술원장은 현행 에스컬레이터가 정지 상태 탑승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보행 충격이 제품의 피로도를 높이고 수명을 단축한다고 설명했다. 분석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걸을 때는 정지 상태 대비 평균 2배, 뛸 때는 4.7배의 충격 하중이 가해지며 이는 설계 기준(정하중의 1.2배)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국내 에스컬레이터 줄 서기 정책은 지난 30년간 잦은 혼선을 겪었다. 1998년 한 줄 서기가 처음 도입됐다가 안전 문제로 2007년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시작고, 시민 호응을 얻지 못해 2015년 결국 중단됐다. 11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번 논의가 시민들의 오랜 출퇴근길 습관을 바꿀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