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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시설 지원 때 연령·성별 구분 안 돼… 사각지대 더는 없도록 포괄적 적용 필요” [심층기획-닫힌 문 너머]

송인주 스스로랩 대표
2024년 한국에서 외롭게 혼자 죽음을 맞이한 고립사는 3924명. 전년보다 7.2% 늘었다. 취재진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립사 문제를 마주하기 위해 법의부검 자료를 분석하고, 고립을 경험한 중장년과 이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이끌기 위해 애쓰는 사회복지사 등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그 끝에는 고립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외침이 있었다. 법의학자와 긴 시간 사회적 고립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립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고립·은둔 상태에 놓인 이들을 더 일찍 찾아내고, 끊어진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다시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언제든 고립될 수 있는 시대다. 전문가 제언을 통해 ‘고립의 시대’를 함께 건너는 방법을 모색했다.

 

“연령을 구분하면 ‘이 사람은 나이가 안 되네’ 하기 마련이죠. 그러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고립·은둔은 정책 대상을 포괄해야 합니다.”

27일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송인주 스스로랩 대표는 “고립·은둔 예산도 연령으로 나눌 게 아니라 유동적으로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스스로랩은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했던 송 대표가 10년간 고립사를 연구한 경험을 토대로 만든 ‘사회적 고립 전문 연구소’다.

송인주 스스로랩 대표가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고립 문제의 현주소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그는 “고립 당사자가 찾아올 열린 공간은 누구나 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송인주 스스로랩 대표가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고립 문제의 현주소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그는 “고립 당사자가 찾아올 열린 공간은 누구나 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송 대표는 “연령·성별 등으로 나눠 예산을 집행하면 어디는 남아돌고 어디는 부족해진다”며 “덩어리로 줘서 지역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현재는 지역에 노인이 많아도 청년·중년·노인 각 정책 대상별로 예산이 나오지만 그럴 게 아니라 고립·은둔 관련 예산을 한꺼번에 집행해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립·은둔을 위한 ‘오픈 스페이스(열린 공간)’를 만들 때도 연령 구분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사람이 일단 나오는 게 중요하지 중·장년에게 ‘여긴 청년 전용이라서 못 와요’라고 하면 오겠나”며 “연령을 나누면 공급자 입장에서는 편하겠지만 이용자는 불편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시의 마음편의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송 대표는 “청년 전용 오픈 스페이스라고 하고 저녁 6시에 문을 닫는데 고립·은둔 청년은 밤에 활동한다, 일하는 청년도 퇴근하고 나면 문 닫아서 못 간다”고 했다. 이어 “위치도 문제”라며 “고립된 이들은 사람이 많은 대로변까지 버스타고 움직일 수 없다, 골목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빈 공간 아무 데나 짓는 행정 편의적 생각이 아니라 고립·은둔 상황의 사람들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 고민하고 이들의 입장에서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민간 영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민간이 잘 하는 ‘네트워킹’ 역할까지 정부가 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송 대표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의 시민단체 길벗사랑공동체 ‘해피인’을 우수 사례로 꼽으며 “정부가 이곳 네트워크처럼 사람 사이를 잇는 역할까지는 못한다”며 “정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민간 영역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피인은 주민들에게 무료 도시락을 제공하는 동시에 당사자 자조 공동체 ‘윗말주민협의회’도 운영하며 주민들이 서로를 돌보는 체계를 구축했다.

한국 사회에 ‘폐 끼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게 송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한국인들이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마음이 강해서 실패한 나 자신을 용납 못하고 도움도 요청하지 않는다”며 “도와달라고 못하면 정부 정책 바깥에 있게 되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상반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예로 들었다.

극 중 인물 황동만은 자신의 힘듦을 주변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말하고, 자신을 ‘루저’로 평가하는 친구들 모임에도 적극 참여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송 대표는 “황동만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도움 요청하지 못하는 사회라는 방증”이라며 “폐 끼치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사람들끼리 손을 맞잡는다. 서로 ‘도와달라’, ‘사랑한다’ 같은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