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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인구·사회학적 특성 치우쳐… 법의부검으로 고립사 배경 다각도 분석” [심층기획-닫힌 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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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영 부산의대 교수
2024년 한국에서 외롭게 혼자 죽음을 맞이한 고립사는 3924명. 전년보다 7.2% 늘었다. 취재진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립사 문제를 마주하기 위해 법의부검 자료를 분석하고, 고립을 경험한 중장년과 이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이끌기 위해 애쓰는 사회복지사 등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그 끝에는 고립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외침이 있었다. 법의학자와 긴 시간 사회적 고립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립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고립·은둔 상태에 놓인 이들을 더 일찍 찾아내고, 끊어진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다시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언제든 고립될 수 있는 시대다. 전문가 제언을 통해 ‘고립의 시대’를 함께 건너는 방법을 모색했다.

 

“고립사의 배경을 파악하려면 더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합니다.”

나주영 부산의대 법의학교실(법의학연구소) 교수는 정부 주관 고립사 실태조사의 실효성에 아쉬움을 보이며 “한 건, 한 건 고립사가 발생한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립사 사건에서 부검을 실시한 경우를 모아 별도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법의학회와 연계해 포럼을 개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나주영 부산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부산의대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본지와 함께 수행한 고립사 법의부검 분석 결과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장한서 기자
나주영 부산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부산의대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본지와 함께 수행한 고립사 법의부검 분석 결과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장한서 기자

27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고립사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 기관인 한구사회보장정보원이 변사사건들의 현장 감식 자료를 분석해 고립사에 부합하는 사례를 추출하는 식이다. 이후 고립사로 분류된 사례의 사회보장급여 및 의료 서비스 이용 기록을 분석한다.

나 교수는 복지부가 발표하는 실태조사의 주요 항목이 인구·사회학적 특성에만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관련 실태조사를 보면 사망자 수, 성별, 연령, 장소, 신고자, 자살자 비중, 기초생활보장 수급 이력 등이 제시됐다. 나 교수는 “고립사가 몇 건 늘었다거나, 혹은 감소했다거나 이런 조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법의부검 자료까지 활용해 연구할 경우 사망자의 구체적인 사망원인, 질병, 복용약, 알코올 검출 정도 등도 함께 분석할 수 있다. 실제 본지와 나 교수 연구팀이 고립사 262건의 법의부검 자료를 검토한 결과 사망자의 절반은 운전면허 정지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 검출됐으며, 수면제 등 약물 검출도 33%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살 사건에는 고인이 왜 사망했는지를 추정하기 위해 유족과의 면담 및 유서 등 기록을 검토하는 ‘심리부검’이 활용된다.

다만 고립사는 고인이 관계적으로 단절돼 유족 면담이 어려운 사례가 많은 만큼 심리부검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법의부검 자료는 사망의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어 심층 분석이 가능하다.

나 교수는 정부의 실태조사가 고립사의 범위를 좁혀 본다고도 지적했다.

복지부는 등산로와 거리 등 비거주지에서 사망한 경우나 요양보호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건 고립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나 교수는 “고립사는 고립 정도를 기준으로 봐야 하지 어디서 사망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요양보호사의 방문 등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관계망이 아닌 공적 서비스일 뿐”이라고 했다.

나 교수는 중장년 남성의 고립을 예방하기 위해 ‘일자리’ 제공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고립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문밖으로 유도하기 위해 일거리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을 해야 빈곤 문제도 해결하고, 사회적 관계망도 형성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끝으로 고립 문제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알코올 및 약물 문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 또 술을 마시다 고립돼 사망한 사례도 흔하다. 관련 기관에서 개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부검 결과 고립사 사망자들은 정신질환 관련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가 고립·은둔 예방 대책에서 정신질환 문제를 연계한 발굴 작업이나 지원 대책 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