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제주에서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장모씨의 빈소가 마련된 제주시의 한 장례식장. 유가족과 친척 등 10여명은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 어두운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다.
유가족 측은 괴로움을 토로하며 더 이상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장씨의 오빠는 “(저희 쪽에는) 더 이상 관심을 안 가져 줬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동생을 잘 보내주는 데만 신경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의 소통도 잘 이뤄지고 있으며, 고인에 대한 내용도 경찰로부터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며 “언론에서도 이제 저희보다는 수사 진행 상황에 더 초점을 맞춰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측은 또한 이 사건은 고인의 이름을 단 사건이 아니라 실종 신고를 허위 종결한 ‘부모(34) 경장 사건’으로 기억돼야 한다며 기자단에 “이제는 실명이 아닌 익명으로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고인이 한 점의 억울함도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서 유족분들께 통보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 청장은 “큰 실망과 불안을 느꼈을 도민과 국민 여러분께도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과 절차, 인력구조 등 전반적인 실태를 확인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소홀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씨 사인은 목맴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제주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부검 감정서를 제공받아 확인한 결과 “머리뼈·목뼈·몸통 등에서 골절이 발견되지 않는 등 특이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다만, 남아 있던 목뿔뼈(설골) 부분에서 골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고도 부패와 부분 백골화로 인해, 외상·질식 등을 논하기 어렵다”며 “사후 부패 과정에서 동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목뿔뼈는 매우 얇은 뼈로, 부검 결과 가운데가 분리돼 있는 상태였다. 법의관은 감정 결과 신원을 장씨로 특정했고, 사인으로는 의사(목맴)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뾰족하게 돌출된 부분이 많은 야자수가 빼곡한 곳에서 장씨 시신이 발견된 데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 야자수농장은 약 3∼6m 높이 야자수 숲이어서 안으로 들어가면 낮에도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밤이면 주민들마저도 피하는 곳이다. 농장주는 올해 초 가지치기를 한 뒤 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 아버지는 “딸은 남자친구에게 ‘야자수농장은 무섭다’고 ‘가기 싫은 곳’이라고 해왔고 그쪽으로는 전혀 가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딸은 평소 무서움을 잘, 많이 탔는데, 거기에 갔다는 게 이해도 안 가고…”라고 전했다. 경찰은 “장씨 휴대전화 포렌식을 벌이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공공 폐쇄회로(CC)TV 영상 보존기간을 현재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장기 실종사건에 대비해 공공 CCTV 영상 보존기간을 현재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위성곤 지사는 “30일 정도 추가하는 데 8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와 협의해 내년부터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