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가래 대신 호미로 막겠다”… 한은, 고물가·고환율에 돈줄 죄기 [뉴스 투데이]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기준금리 3% 시대

신현송 “뒤늦은 대응 땐 비용 커져”
반도체 호황에 2027년도 물가 오름세
고환율 우려 더해 “금융안정 도모”
향후 금리 인상폭 속도조절할 듯

2026년 경상수지 흑자 4500억弗 전망
2025년 3.7배… 역대 최대치 경신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자마자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상한 데에는 물가 오름세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를 ‘호미로 막는 정책’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반도체 수출과 소득 여건 개선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이번 인상의 효과를 점검하며 향후 ‘완만한 금리 인상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3.00%로 결정한 것은 다소 ‘깜짝 소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직전까지도 시장에서는 ‘인상’과 ‘동결’ 전망이 팽팽히 갈렸다.

돈줄 죄기 나선 한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리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상향 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돈줄 죄기 나선 한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리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상향 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 총재는 이날 인상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 오름세에 대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소득을 밀어 올려 수요 증대로 이어지는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전달(3.2%)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은 목표 수준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무엇보다 근원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7월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6%로 2023년 12월(2.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신 총재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물가 오름세가 보다 확산되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달 ‘경제전망’에서 올해·내년 근원물가 상승률을 모두 2.5%로 제시하며 5월(각 2.4·2.3%)보다 상향했다.

신 총재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사전에 조기 대응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뒤늦은 대응을 했을 때 그만큼 더 비용이 크다”며 “저희는 이번에 호미로 정책을 펴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최근 1300원대로 내려왔으나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를 눌러 물가 안정에 한몫한다.

통화정책 판단의 한 축인 금융안정에도 무게를 뒀다. 신 총재는 “9월에 장기 평균을 초과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나올 것”이라며 “상당히 깊은 우려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FVI는 1997년 2분기를 100으로 두고 측정하는데 이 수치가 높아지면 금융 불안정이 실물 경제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 신 총재는 “금리가 특효약은 아니지만 금리가 오르면 대체적으로 FVI가 내려간다”고 밝혔다.

한은이 ‘백투백’(연속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향후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은 완급을 조절할 전망이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 전체 21개 점 중 6개월 후 기준금리를 연 3.25%로 예상한 점은 10개, 3.50%는 6개였다. 나머지 5개는 3.00%를 택했다. 점도표는 신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이 6개월 후 예상 금리를 각자 3개씩 찍어서 작성한다. 신 총재는 “(점도표) 중간치가 3.25%니까 완만한 인상세를 지금 예상하고 있다”며 “이번에 연거푸 두 번 인상했기 때문에 그 효과도 점검해야 되고 선제적으로 조기 대응했기에 그만큼 기대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3%, 내년 전망치는 2.9%로 상향했다. 올해 3분기에는 그간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기 대비 0.3%, 4분기에는 0.5%의 양호한 성장을 예상했다.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다른 부문에 본격 파급되면서 1분기 1.0%, 2분기 0.8% 성장할 것으로 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4500억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 최대치인 지난해 1231억달러의 약 3.7배이자 5월 전망치(2500억달러)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