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를 처음 만났을 때 내 옆에서 같이 걸어줄 든든한 친구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루의 뒤에도 안내견학교 훈련사, 퍼피워커 등 많은 분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더 용기를 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루야,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27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33주년 기념식에서 신규 안내견 노루와 파트너로서 연을 맺은 김홍기씨는 “안내견이라는 이름의 행복을 시각장애인들에게 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이날 노루를 비롯한 7두가 안내견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일곱 번째 안내견 단밤이를 파트너로 맞은 이병하씨도 “여러분들 덕분에 자부심을 갖고 훌륭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됐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신입 안내견 분양과 함께 임무를 마친 은퇴견 4두는 이날 여생을 함께할 홈케어 봉사자 품에 안겼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안내견학교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후 설립됐다.
이 전 회장은 미발간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삼성이 개를 길러 장애인들의 복지를 개선하거나 사람들의 심성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이런 노력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국민 전체의 의식이 한 수준 높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안내견 사업에 대한 애착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의 혜안과 의지가 담긴 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 번째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320두의 안내견을 분양했다. 안내견은 생후 약 7주가 되면 자원봉사자 가정에 위탁돼 1년간 사회화 교육을 받는 ‘퍼피워킹’ 과정을 거친다. 이를 마친 강아지는 안내견학교에서 적합성 평가, 전문훈련을 받고 2세부터 본격적인 안내견으로서 삶을 시작한다. 보통 9∼10세에 은퇴한 후엔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위탁되거나 안내견학교로 돌아와 ‘견생 2막’을 산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수명이 짧다는 오해가 있지만, 안내견의 평균 수명은 13.9세로 일반 리트리버보다 오히려 약 1년 더 길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은 “안내견 사업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삶과 함께하며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라며 “훈련사와 자원봉사 가정, 정부·국회 등 우리 사회 모두의 관심과 헌신으로 이어온 동행의 가치를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