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저소득 노인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하후상박’ 방식의 기초연금 개편안을 준비 중인 보건복지부가 사전 브리핑 직전에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개편안은 저소득층에게 월 최대 5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노인들의 수급액과 수급 범위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수급 대상 축소에 따른 반발 여론을 의식해 발표를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27일 오후 문자 메시지를 통해 “금일(27일) 오후 2시 예정이었던 기초연금 개편방안 사전브리핑은 기초연금 개편방안의 일부 사항이 최종 결정되지 못해 불가피하게 취소됐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당초 이날 출입기자단에게 기초연금 개편안을 정은경 장관이 직접 설명하는 사전브리핑을 갖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하후상박 방식의 기초연금 개편을 언급한 이후 복지부는 전문가 등과 논의를 이어오며 개편안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브리핑 시작 약 1시간을 앞두고 일정을 돌연 취소한 것이다. 세부 사항을 둘러싼 의견 조율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데 정부는 저소득층에게 더 지원하는 형태로 개편을 추진 중이다. 복지부가 마련한 개편안은 현행 ‘65세 이상 소득하위 70%’라는 수급률 방식 대신 기준중위소득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는 소득하위 70%의 모든 수급자에게 같은 액수(단독 가구 기준 월 34만9700원)를 준다.
선정기준은 내년도 기준중위소득 90%에서 시작해 2028년 86.6%, 2029년 83.3%, 2030년 80%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주요하게 거론된다. 저소득층 보장은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노인에게 돌아가는 지원을 줄이는 식이다.
지급액도 소득 구간에 따라 차등화할 방침이다. 기준중위소득 20% 이하는 현재 월 35만원에서 2028년까지 40만원으로 올린다. 20~40%는 2027년 35만9000원, 2028년 36만7000원으로 인상하고, 40% 초과부터 선정기준 이하까지는 지급액을 35만원으로 동결한다.
하지만 복지부가 이같은 개편안 사전브리핑을 전격 취소하면서 해당 안이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브리핑 취소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추측이 이어진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개편이 기존 수급자의 혜택 축소로 받아들여져 고령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38.9%로, 취임 후 처음 30%대로 내려왔다. 이미 한 차례 브리핑 일정이 번복된 바 있어 정 장관이 출입기자단에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하는 일도 있었지만, 또다시 발표 일정을 취소하면서 이런 사과가 무색하게 됐다.
복지부가 복지제도 개편을 미룬 건 처음이 아니다.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추진하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돌연 논의를 취소한 바 있다. 이 역시 보험료 부과 확대로 여론 반발을 의식해 논의를 미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