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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이 달라졌다”…AI·혈압반지·재활로봇, 병원 안으로 들어온 디지털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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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침대에 누운 환자의 심전도와 산소포화도를 웨어러블 기기가 실시간으로 읽는다. 손가락에 낀 반지는 하루 동안 혈압 변화를 기록하고, 흉부 엑스레이(X-ray) 한 장으로는 인공지능(AI)이 골다공증 위험을 가려낸다.

 

대웅제약 제공
대웅제약 제공

재활병동에서는 환자가 로봇 슈트를 입고 걷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래 의료’로 묶였던 기술들이 실제 병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지난 19~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HF(K-Hospital Health Tech Fair) 2026’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12곳과 함께 선보인 ‘대웅 얼라이언스’도 이런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 KHF에는 400여개 기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대웅 얼라이언스에는 씨어스테크놀로지와 스카이랩스, 메디컬에이아이, 아크, 티알, 퍼즐에이아이, 아이쿱, 프로메디우스, 에버엑스, 올쏘케어, 휴로틱스, 엑소시스템즈가 참여했다. 대웅제약은 이들 기업의 기술을 예방·예측, 조기진단, 치료, 사후관리·모니터링 등 환자의 의료 여정에 맞춰 하나로 묶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상당수 제품이 단순 시제품이나 전시용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종합병원 병동에서 쓰이거나 사업화 단계에 들어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빠르게 병원 안으로 파고든 분야는 환자 모니터링이다.

 

대웅제약과 씨어스테크놀로지가 공급하는 입원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씽크(thynC)’는 삼성서울병원이 운영하는 스마트병실에도 들어갔다.

 

삼성서울병원은 본관 내 2개 병실을 디지털 전환 테스트베드인 스마트병실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씽크는 환자의 심전도와 산소포화도 등에 더해 스카이랩스의 혈압 모니터링 기술까지 연동해 실시간 생체신호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도입 속도도 빨라졌다. 씨어스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씽크는 2025년 말 누적 1만2000개 병상에 설치됐고, 올해 1월 기준 누적 도입 병원은 30곳을 넘어섰다. 1월에만 약 3000개 병상을 추가 수주했다. 회사 발표 기준이지만 웨어러블 환자 모니터링이 개별 진료과 실증을 넘어 병동 단위 사업으로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스카이랩스의 반지형 혈압계 ‘카트 비피 프로(CART BP pro)’는 더 넓게 퍼졌다.

 

스카이랩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카트 비피 프로는 이른바 국내 ‘빅5’ 병원을 포함해 상급종합병원 38곳에 도입됐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47곳 가운데 81%에 해당한다. 종합병원과 의원까지 합치면 도입 의료기관은 1920곳이다.

 

병원에서 한두 차례 재는 혈압이 아니라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혈압 변화를 연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기존 24시간 활동혈압 측정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질병을 찾아내는 건강검진 영역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 건강의학센터는 올해 대웅제약을 통해 티알의 디지털 폐기능검사기 ‘더스피로킷(The Spirokit)’과 아크의 안저카메라 ‘옵티나(OPTiNA)’, AI 안저검사 솔루션 ‘위스키(WISKY)’를 도입했다.

 

더스피로킷은 폐활량 측정부터 데이터 분석과 결과 확인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하는 폐기능검사 솔루션이다. 티알은 지난 3월 대웅제약과 공급 계약을 맺고 병·의원과 건강검진센터를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위스키는 안저 영상을 AI로 분석해 당뇨망막병증과 황반변성, 녹내장 등 주요 실명질환의 이상 소견을 선별하는 진단 보조 솔루션이다. 아크가 개발한 안저카메라 옵티나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대웅제약은 2024년부터 두 제품의 국내 유통을 맡고 있다.

 

별도의 전문검사실에 환자를 보내기 전에 일반 검진 과정에서 위험군을 먼저 걸러내는 이른바 ‘선별검사’ 시장을 AI가 파고드는 셈이다.

 

심전도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메디컬에이아이의 ‘에티아(AiTiA)’는 12유도 심전도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좌심실수축기능부전이나 급성심근경색 가능성을 위험도로 제시한다. 회사가 공개한 확증 임상시험에서 좌심실수축기능부전 분석 AUROC는 0.919, 급성심근경색 분석 AUROC는 0.917로 나타났다. 두 제품 모두 국내 의료기기 허가와 혁신의료기술 절차를 밟았다.

 

진단 다음 단계인 치료와 재활에서는 로봇과 스마트폰이 기존 치료실 풍경을 바꾸고 있다.

 

휴로틱스의 보행 재활 웨어러블 로봇 ‘H-Medi’는 올해 신촌 세브란스병원 재활병동에 정식 공급됐다. 환자의 보행 주기를 센서로 분석한 뒤 필요한 시점에 허벅지 근육 움직임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제품 자체도 2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돼 있다.

 

문경제일병원 재활의학과에도 H-Medi가 공급됐다. 병원 안에서 사용하는 재활 로봇이 대형 대학병원뿐 아니라 지역 의료기관으로 확산되는 사례다.

 

스마트폰을 재활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올쏘케어가 개발한 근골격계 디지털 솔루션 ‘아나파(ANAPA)’는 KHF 2026 당시 공개된 자료 기준 출시 5개월 만에 상급종합병원 14곳을 포함해 총 21개 병원에 도입됐다.

 

특히 여의도성모병원에서는 16개월 동안 약 417만회의 재활운동 수행 데이터가 축적됐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환자의 관절가동범위와 움직임을 측정하고 재활운동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에버엑스 역시 AI 자세추정 기술을 기반으로 근골격계 환자의 운동치료를 지원하는 ‘MORA’를 개발하고 있다. 엑소시스템즈는 웨어러블 센서로 신경·근육 생체신호를 측정해 근골격계 환자의 상태를 분석하고 원격 재활을 지원하는 ‘exoRehab’을 사업화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환자 치료뿐 아니라 의료진의 업무 방식도 건드리고 있다.

 

아이쿱의 ‘CGM Live’는 여러 입원환자가 착용한 연속혈당측정기(CGM)의 데이터를 병동 단위로 한 화면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보바스기념병원은 지난 7월 아이쿱과 CGM Live 운영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고령·재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스마트 혈당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아이쿱과 씨어스는 CGM Live를 씽크와 연동해 심전도와 산소포화도뿐 아니라 혈당까지 병상에서 통합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퍼즐에이아이는 의료진의 ‘기록 노동’을 줄이는 쪽을 파고들었다.

 

의사가 진료 중 환자와 대화하면 AI가 이를 음성으로 인식해 의무기록 초안을 만드는 ‘퍼즐젠(PUZZLE GEN)’이 대표적이다. 회사에 따르면 퍼즐에이아이의 의료 음성인식 기술은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75%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올해는 서울성모병원과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퍼즐젠 실증도 진행한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외래·병동 의무기록 자동 작성을, 양산부산대병원에서는 이비인후과 수술실 수술기록 자동 입력 정확도를 검증할 예정이다.

 

KHF에서 전시된 기술은 행사 직후 실제 사업 계약으로도 이어졌다.

 

대웅제약은 지난 26일 프로메디우스와 흉부 X-ray 기반 AI 골다공증 위험 선별 솔루션 ‘오스테오시그널(Osteo Signal)’의 국내 판매·유통 및 공동 판촉 계약을 체결했다.

 

건강검진이나 일반 진료에서 이미 촬영한 흉부 X-ray 영상을 AI가 다시 분석해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환자를 우선 선별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검사 대상을 보다 효율적으로 가려내는 데 초점을 맞춘 기술이다.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기술을 직접 모두 개발하는 대신 전국 병·의원 영업망과 묶는 방식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는 전략이다.

 

실제로 티알의 폐기능검사기와 아크의 안저검사 솔루션은 이미 대웅제약 유통망을 타고 병원에 공급됐고, 씨어스의 씽크와 스카이랩스 제품 역시 대웅제약의 병원 사업과 결합하고 있다. 프로메디우스도 여기에 새로 합류했다.

 

결국 이번 ‘대웅 얼라이언스’의 관전 포인트는 12개 기업이 한 전시장에 모였다는 데 있지 않다. 각자 흩어져 있던 AI 진단과 웨어러블, 환자 모니터링, 디지털 재활 기술을 하나의 병원 영업망 안에 넣었다는 점에 있다.

 

AI로 위험 환자를 먼저 찾아내고, 병실에서는 생체신호를 계속 추적하며, 퇴원 뒤에는 혈압·혈당과 재활 상태를 다시 관리하는 구조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신기한 의료기기’를 보여주는 단계를 지나 실제 병원의 진료 동선과 수익 구조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