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이 과거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다시 부르는 리메이크가 잇따르고 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이미 검증받은 멜로디에 새로운 가창자의 해석을 더해, 원곡 팬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발견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가수 폴 블랑코는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대표 OST인 정승환의 ‘너였다면’을 리메이크한다. ‘또 오해영’ OST 발매 10주년을 기념한 스페셜 프로젝트로, 폴 블랑코가 부른 음원은 오는 31일 공개된다. 원곡 프로듀싱팀 1601이 편곡에 다시 참여해 곡의 정서는 살리면서 새로운 사운드를 더했다. 2016년 발표된 ‘너였다면’은 짝사랑의 애틋한 감정과 정승환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컬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정은지는 2006년 MBC 드라마 ‘궁’의 OST ‘앵무새’를 약 20년 만에 리메이크해 지난 2월 발표했다. 원곡의 서정적이고 애절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기타·베이스·스트링 중심의 편곡을 더해 2000년대 초반 감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정은지의 탄탄한 가창력과 감성적인 보컬은 원곡의 정서를 잇는 동시에, 젊은 청자에게 곡을 다시 소개하는 매개가 됐다.
싱어송라이터 우디도 다비치가 부른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OST ‘이 사랑’을 재해석해 지난 5월 공개했다. 이 곡은 2016년 드라마 흥행과 함께 큰 사랑을 받은 대표 OST다. 우디는 원곡의 애틋한 정서를 자신만의 호소력 있는 보컬로 풀어내며 스테디셀러 OST에 새로운 색을 입혔다.
드라마 OST 리메이크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이미 인지도를 쌓은 지식재산권(IP)의 힘이 있다. 인기 드라마의 OST는 단순한 삽입곡을 넘어 특정 장면과 배우, 시청 당시의 감정까지 함께 떠올리게 하는 기억으로 남는다. 신곡을 처음부터 알리는 것보다 드라마와 원곡이 축적한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어 제작사와 가수 모두 홍보 부담을 덜 수 있다. 원작 드라마의 클립과 다시보기, 숏폼 콘텐츠가 함께 소비되는 환경도 리메이크 음원의 확산에 유리하다.
세대 확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궁’, ‘태양의 후예’, ‘또 오해영’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한 청자도 현재 활동 중인 가수를 통해 과거의 OST를 새롭게 접할 수 있다. 반대로 원곡을 기억하는 청자에게는 새 가창자의 보컬과 편곡을 비교해 듣는 재미를 제공한다. 리메이크는 과거의 향수에 머물지 않고, 음악과 드라마 IP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유통 방식이 되는 셈이다.
다만 원곡의 기억이 강한 만큼 부담도 따른다. OST는 드라마의 서사와 배우의 연기, 방영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까지 함께 각인된 경우가 많아 단순히 보컬만 바꿔서는 새로움을 만들기 어렵다. 편곡과 해석이 원곡의 정서를 훼손하면 ‘추억 소환’에만 기대는 기획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성공 여부는 원곡의 감동을 지키면서도 새 가수가 이 노래를 다시 불러야 하는 이유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대중음악업계 한 관계자는 “오래된 드라마 OST가 세대를 건너 다시 불리는 흐름은 콘텐츠 IP가 플랫폼과 시간의 경계를 넘어 재발견되는 현재 가요계의 한 단면”이라며 “원곡의 인지도에 기대는 데 그치지 않고, 새 가창자의 해석과 편곡을 통해 다른 감상을 제시해야 리메이크의 생명력도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