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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찰 이혼소송 중 아내 보복 살해 막을 수 없었나

법원 ‘접근 금지’ 명령 어기고 서울→제주 범행 후 도주
서울서 가족이 실종 신고·서귀포서와 공조했지만 신고 전 숨진 아내 발견
긴급스마트워치 지급 등 임시 안전조치 2월 종료…3월부터 접근금지 명령
9월 폭행·감금 혐의 가정폭력사건 선고 앞둬

가정폭력 사건 재판을 앞두고 전직 경찰관이 제주에서 아내를 보복 살해한 가운데 주거지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피의자의 범행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이혼 소송 중인 50대 아내를 살해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특수재물손괴, 특수주거침입, 가족폭력 처벌법 위반)로 전직 경찰관 A(59)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가정폭력 재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전직 경찰관 A씨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의 아내 거주지에 침입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처벌 예상에 따른 보복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가정폭력 재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전직 경찰관 A씨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의 아내 거주지에 침입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처벌 예상에 따른 보복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A씨는 지난 23일 오전 3시쯤 서귀포시 남원읍에 거주하는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8월 피해자를 폭행·감금한 혐의로 가정폭력사건 재판을 받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9월 가정폭력 사건 최종 선고를 앞두고 처벌이 예상되자, 피해자에 보복할 목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타 지역에서 생활하던 중 지난 22일 항공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한 뒤 렌터카를 이용해 서귀포시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심야시간에 B씨 주거지 창고에 있던 흉기를 들고 유리창을 깨 침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후 23일 오전 렌터카를 반납하고 제주공항으로 이동해 항공기를 타고 제주를 떠났다.

 

공조 요청을 받은 서귀포경찰이 24일 오후 7시30분쯤 B씨 집을 찾아갔을 때 아내는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은 오전에도 B씨 집을 방문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어 되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1시54분쯤 A씨의 아들이 ‘아버지가 자살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겼다’는 취지의 실종신고를 접수해 수색에 나섰고 범행 현장에서 B씨를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오전 8시22분쯤 수색 공조 요청이 들어온 직후 관할 파출소 직원들이 A씨 집을 방문해 현관 벨을 누르고 경찰차 사이렌을 울리는 등 조치를 했지만, 집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이후 오후에 파출소 직원들이 재차 집을 방문해 보니 유리창이 깨진 것을 보고 내부를 수색해 숨져 있는 A씨가 발견했다”고 말했다.

 

경찰 설명대로라면 실종 신고 이후 수색 공조 요청이 늦어진 점과 파출소 직원들이 처음 집을 방문했을 때 범행 낌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점은 의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방충망이 닫혀 있었고, 유리창이 깨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24일 0시30분쯤 경기도 구리시 소재 숙박업소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혐의를 모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9월 예정된 가정폭력처벌법 재판에서 실형 선고가 예상돼 앙심을 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는 지난해 8월 B씨 주거지에서 B씨에게 폭언했고 뒤이어 출동한 경찰이 분리조치 차원에서 A씨에 대해 피해자 연락금지 및 주거지 접근금지 등을 조처했다.

 

하지만 A씨는 당일 재차 B씨를 찾아가 폭행하고 감금해 현행범 체포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다만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장 6개월간의 임시조치와 함께 B씨 주거지 순찰, 긴급상황 스마트워치 등을 지급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임시조치 기간이 끝나면서 스마트워치 지급도 종료됐다.

 

B씨는 법원에 피해자 보호 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A씨에게 내년 3월까지 B씨 주거지(100m 이내) 접근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 전경.
제주 서귀포경찰서 전경.

A씨는 지난해 8월 아내를 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체포됐으나 당시 구속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경찰의 임시조치 기간(6개월)이 끝난 뒤 올해 2월 법원에 주거지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했다.

 

경찰은 그동안 B씨를 재발 우려 등급 중 ‘A 등급’으로 지정하고 관리해 왔다. A 등급으로 지정되면 경찰이 월 1회 모니터링 등을 실시한다.

 

경찰은 A씨가 가정폭력 신고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A씨는 올해 2월 서귀포경찰서 모 지구대 근무를 마지막으로 명예퇴직하면서 경정으로 승진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2025년 3월부터 1년간 제주에서 근무했다.

 

B씨가 A씨에 대해 법원에 주거지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한 시점이 A씨가 명예퇴직한 시기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