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반기 들어 두 종목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뒤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투자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삼전닉스’의 일일 거래량은 올해 들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의 거래량은 1510만6746주로 연평균 거래량(3045만주)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날 353만1892주가 거래돼 연평균 거래량(514만주)의 69%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시장의 위축된 분위기와 달리 증권가에선 삼전닉스 주가가 과도하게 눌려 있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는 데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증시 과열을 경고했던 차영주 와이즈경제연구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흐름을 보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아직 초입 단계”라며 ‘만스피’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일보 유튜브 <잘살아보세>에서는 차 소장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 전략, 하반기 코스피 흐름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영상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금도 살 만한 구간이라고 보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도 적극적인 분할매수 구간이라고 본다. 주가만 보면 최근 변동성이 컸지만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이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지금도 공장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요한 건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게 아니라 벌어들이는 현금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앞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큰 규모의 투자를 계속하기는 어렵다. 향후 몇 년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본다. 삼성전자 역시 향후 이익 증가를 감안하면 현재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다고 보지 않는다. AI 모멘텀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고 어떤 종목을 살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두 종목조차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지금 시장에서 다른 주식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지금 어느 단계인가?
“아직 초입 단계라고 생각한다. AI 거품론이나 여러 우려가 있지만 한 시점의 주가만 보지 말고 이익의 흐름을 봐야 한다. 2분기보다 3분기 실적이 좋아지고, 올해보다 내년 이익이 더 늘어난다면 상승 흐름이 끝났다고 볼 이유가 없다. 물론 AI 투자도 언젠가는 과잉투자의 부메랑이 돌아올 수 있다. 영원히 투자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최소한 2030년까지는 AI 모멘텀이 살아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반도체 사이클이 끝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최근 코스피도 급락 이후 반등하고 있지만 7000선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코스피가 ‘만스피’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올해 안에 빠르게 도달하기보다는 천천히 올라가는 흐름이 더 바람직하다. 상반기 시장은 너무 빠르게 올랐다. 밥 세 공기를 먹을 수 있다고 해도 10분 안에 다 먹으면 탈이 나는 것과 같다. 주식시장도 너무 빠르게 오르면 그만큼 부담이 생긴다. 앞으로는 상반기와 같은 속도의 상승이 반복되기보다 속도를 조절하며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럼에도 ‘만스피’ 가능성을 보는 이유는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다. AI 관련 이익이 계속 늘고 있다면 아직 기대를 버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얼마부터 매도를 고민해야 할까?
“현재는 오히려 바닥에 가까운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전자는 40만원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매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격이 충분히 오른 뒤 모든 투자자가 동시에 팔려고 하면 좋은 가격에 매도하기 어렵다. 야구 경기를 보더라도 우리 팀이 크게 이기고 있다면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꼭 다 보고 나올 필요는 없다. 현재 20만원대 중반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구간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00만원을 넘어가는 시점부터 매도를 고민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에서 400만원 수준의 목표주가도 제시되고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는 SK하이닉스 300만원, 삼성전자 40만원 정도부터 매도를 고민하는 기준점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나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지금 안 사면 놓친다’는 포모(FOMO) 심리가 굉장히 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레버리지 상품으로까지 수급이 집중됐고, 주가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무조건 따라 사야 한다는 포모 심리도 이전보다 약해졌다. 그만큼 과도했던 변동성이 어느 정도 잦아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레버리지 상품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 해외에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나친 수급 쏠림과 높은 변동성을 어떻게 줄이느냐다.”
―반도체 외에 전력기기 섹터도 장기 사이클이 가능할까?
“AI 시대의 진짜 ‘청바지와 곡괭이’를 만드는 산업은 전력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골드러시 때 누가 금을 캘지는 몰라도 청바지와 곡괭이를 파는 사람들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AI 산업도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반도체 역시 앞으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반도체와 AI 서비스가 살아남든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전력이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변압기와 전선 등 전력 인프라가 필요하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비교적 빨리 지을 수 있지만 전력 인프라는 구축하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전력 인프라는 단기 매매보다 포트폴리오에 넣고 꾸준히 가져갈 만한 섹터라고 본다.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는 함께 갈 가능성이 높다. 새롭게 투자한다면 작은 종목보다 대장주를 중심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전력기기에서는 효성중공업을 대표 종목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로봇 기대감으로 다시 상승할 수 있을까?
“현대차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로봇 기업으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전히 자동차 회사로 보는 것이다. 현대차를 이미 로봇주로 평가하는 투자자들은 상당수가 주식을 샀다고 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아직 현대차를 로봇 기업으로 평가하지 않는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오는 것이다. 나 역시 로봇 시대가 온다는 데는 동의한다. 다만 개인투자자에게는 ‘시간’도 중요한 투자 자원이다. 로봇 시장이 앞으로 커진다고 하더라도 언제 본격적인 이익이 나올지, 경쟁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로봇 시장 전체를 장악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현재 삼성전자처럼 눈앞에서 실적이 빠르게 늘어나는 종목이 있는데 굳이 먼 미래의 로봇 이익을 기다리면서 먼저 투자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현대차의 로봇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새로운 투자자까지 끌어들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선 자신이 보유한 기업의 실적부터 확인해야 한다. 상반기까지 실적이 나왔는데도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을 갖고 있다면 계속 보유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실제 돈을 잘 벌고 있는 기업인데 단순히 시장 변동성 때문에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면 조금 더 여유 있게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시장이 고속도로였다면 이제부터는 국도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속 100~120㎞로 달리다가 40~50㎞로 속도가 줄어들면 굉장히 답답하다. 그렇다고 국도에서 앞차에 ‘왜 고속도로처럼 달리지 않느냐’고 재촉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금은 시장이 감속하는 구간이라고 본다. 상반기와 같은 수익률과 속도를 계속 기대하기보다 기대치를 낮추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이익이다. 변동성에 흔들려 추격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기보다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을 꾸준히 살펴보는 것이 지금 시장을 이겨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