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만원 간다더니 왜 25만원대?”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25만원대로 밀렸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38% 내린 25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미래에셋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37만원. 지금 주가에서 목표가까지 가려면 44.0% 올라야 하는 거리다.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고도 주가는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올해 주주환원 예상액은 90조~110조원. 2020년에 세운 종전 최대 기록 20조3000억원의 다섯 배에 가까운 규모다.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발표 후 첫 거래일인 24일 8.70% 급락하며 25만7000원까지 밀렸다. 25일은 보합에 그쳤고, 26일과 27일 각각 1.75%, 1.72% 반등하며 26만6000원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28일 다시 3.38% 내리며 하루 만에 상승분을 반납했다.
28일 종가 25만7000원은 주주환원 발표 당일인 21일 종가(28만1500원)보다 8.7% 낮은 가격이다.
110조원이라는 숫자는 나왔는데, 주가는 왜 떨어졌을까. 시장이 보는 건 총액 하나가 아니다. 당장 얼마를 배당하고, 얼마만큼 자사주를 사들여 없앨지가 더 중요하다. 여기에 미국발 반도체 관세 우려와 외국인 매도까지 겹치며 주가를 눌렀다.
◆37만원 목표가인데…110조 발표 뒤 주가는 8.7%↓
미래에셋증권은 26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7만원을 유지했다. 김영건 연구원은 역대급 주주환원에도 불구하고 매크로 불확실성 우려로 주가가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밸류에이션이다. 현재 주가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7배, 주가수익비율(PER)은 4.3배로, AI 반도체 상승 사이클 이전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것이다.
최근 주가 하락 역시 메모리 업황이나 삼성전자의 영업환경 자체가 나빠졌다기보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봤다.
28일 상황은 한층 복잡해졌다. 미국이 반도체뿐 아니라 노트북, 게임 콘솔, 데이터센터 서버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완제품까지 관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외국인 매도세도 거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7586억원, 기관은 284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3.38%, SK하이닉스는 4.45% 떨어졌다.
결국 110조원 주주환원이라는 호재보다, 관세와 수급이라는 당장의 악재가 주가를 더 강하게 짓눌렀다는 얘기다.
◆90조~110조원, 아직 확정된 금액 아냐
삼성전자가 21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올해 주주환원 예상 규모는 90조~110조원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단어는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년간 발생한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2024~2025년 이미 집행한 몫은 정규배당 19조6000억원, 특별배당 1조3000억원, 자사주 매입·소각 8조4000억원 등 총 29조3000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예상 환원액 90조~110조원을 더하면, 3개년 누적 주주환원 규모는 120조~1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최종 금액은 올해 경영실적과 투자 집행, 현금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구체적으로 나온 건 3분기 현금배당뿐이다. 정규 분기배당 2조4500억원에 추가 현금배당 27조5500억원을 더해 약 30조원, 주당으로는 5000원 규모다. 세부 내용은 오는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나머지 60조~80조원은 내년 1월 결정된다. 추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놓고 방식과 규모를 정할 예정이다.
시장이 정작 기다리는 것도 이 대목이다. 최대 110조원이라는 총액은 공개됐지만, 주당가치를 직접 끌어올리는 자사주 소각에 얼마를 쓸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신한투자증권은 발표 직후 주가 급락에 대해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추가 내용이 부족해 ‘재료 소멸’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결국 ‘110조원을 쓴다’는 사실보다 ‘그중 얼마를 배당하고, 얼마를 소각하느냐’가 더 중요한 셈이다.
◆15조원 자사주 매입…110조 주주환원과는 별개
같은 날 발표된 15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취득 목적은 ‘임직원 주식보상’이다. 90조~110조원 규모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배경에는 지난 5월 노사가 합의한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제도가 있다. 영업이익의 10.5%를 현금 대신 세후 전액 자사주로, 그것도 10년에 걸쳐 지급하기로 한 제도다.
여기에 성과조건부주식(PSU) 제도까지 겹치면서 자사주 매입 규모가 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7월에만 임직원에게 1053만여 주, 현재 시세로 약 2조6950억원어치 주식을 보상으로 지급했다.
자사주를 사들인 뒤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올라간다. 반면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는 향후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올 수 있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금융산업 구조개선법(금산법)상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제 때문에 자사주 소각 자체가 까다로운 지배구조를 안고 있다. 소각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SK하이닉스와 주가 반응이 갈린 이유 중 하나로 이 지배구조 차이가 꼽히는 배경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안 사는 게 아니다. 15조원어치를 산다. 다만 투자자가 기다리는 건 임직원 보상용이 아니라,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라는 데 온도차가 있다.
◆분기 영업이익 120조원 전망…37만원 포기 안 하는 증권가?
증권가가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낮춘 건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120조원, 4분기는 126조원으로 예상했다. 내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559조원이다.
모두 증권사 추정치일 뿐, 아직 확정된 실적은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8년까지 D램 수급이 타이트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HBM 가격 인상을 중심으로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3분기 15%, 4분기 5%, 내년 2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와 HBM 수요가 이어지며 실적을 뒷받침할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 8월 17~22일 중국 현지 반도체 기업 7곳을 답사한 결과, 현지 업체들이 예상하는 HBM3급 자급 시점이 약 2년 뒤로 늦춰지는 등 중국발 공급 과잉 우려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목표주가 37만원도 그대로 유지했다.
문제는 미래 실적 전망과 지금 시장이 보는 위험 사이의 시간차다. 증권사는 내년까지의 실적을 보고 있지만, 시장은 관세와 수급, 주주환원 방식처럼 당장 눈앞의 변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HBM4E 샘플까지 나왔다…이제는 ‘얼마 버느냐’
HBM도 비슷한 구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고, 3월 엔비디아 GTC에서는 차세대 HBM4E를 처음 공개하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이후 HBM4E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기술 개발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간 건 분명하다. 하지만 샘플 공급 자체가 대규모 실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고객사 검증과 실제 공급 계약, 양산 확대로 이어져야 매출과 영업이익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시장의 질문도 바뀌고 있다. ‘HBM을 만들 수 있느냐’에서 ‘HBM으로 얼마를 버느냐’로.
37만원과 25만7000원. 11만원 넘는 이 간극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좁혀지지 않는다. 37만원은 미래 실적을 반영한 증권사의 전망이고, 25만7000원은 주주환원의 불확실성과 관세, 수급 등 지금 당장의 위험까지 반영한 시장의 가격이다.
오는 10월 말에는 약 30조원 규모 현금배당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다. 내년 1월에는 나머지 주주환원의 방식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결정된다. HBM이 실제 이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는지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최대 110조원이라는 숫자는 이미 나왔다. 이제 주가를 움직일 숫자는 두 가지다. ‘얼마를 소각하느냐’, 그리고 ‘HBM으로 얼마를 버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