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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잘하는 걸 나눈다”…유통업계 ‘본업형 기부’ 확산

치킨을 만들고, 지역의 이웃에게 직접 전한다. 제너시스BBQ 그룹이 치킨이라는 본업을 활용한 나눔을 27년째 이어가고 있다.

 

제너시스BBQ 그룹 제공
제너시스BBQ 그룹 제공

단순히 물품이나 기부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치킨대학 교육생이 직접 만든 치킨을 복지시설에 보내고, 전국 패밀리(가맹점주)는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 인근의 이웃을 위해 치킨을 조리한다. 도움이 필요한 현장에서는 임직원들이 직접 배식과 봉사에도 참여한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이처럼 기업이 가장 잘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사회공헌에 그대로 연결하는 ‘본업형 나눔’이 확산하고 있다. 치킨업체는 치킨을 만들고, 죽 전문점은 따뜻한 죽을 전한다. 베이커리는 갓 구운 빵을 내놓고, 피자업체는 이동식 조리 차량을 직접 현장으로 보낸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회성 성금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살릴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무엇을 나누는 기업인지’가 분명하게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BQ가 올해 1~7월 서울과 경기, 강원, 인천, 부산, 광주, 울산, 대구 등 전국 11개 지역의 복지시설과 군부대 등에 전달한 치킨은 1만5000마리에 달한다.

 

지금은 전국 단위로 확대됐지만 시작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치킨대학이었다.

 

BBQ는 2000년부터 치킨대학 교육 과정에서 만들어진 치킨을 지역 복지시설에 전달하는 ‘착한기부’를 진행해왔다. 패밀리와 임직원 등이 교육을 받으며 직접 조리한 치킨을 지역 이웃과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활동이다.

 

교육 과정 속 작은 나눔은 시간이 지나며 치킨대학 밖으로 영역을 넓혔다. 대표적인 활동이 ‘패밀리와 함께하는 치킨릴레이’다.

 

본사가 신선육을 지원하면 각 지역 패밀리가 직접 치킨을 조리해 지역아동센터와 그룹홈, 요양원, 장애인복지시설 등 주변 이웃에게 전달한다.

 

매장을 중심으로 한 나눔과 별도로 ‘찾아가는 치킨릴레이’도 운영하고 있다. 복지시설이나 군부대 등 도움이 필요한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자 장애인 복지시설 ‘엘리엘동산’을 찾아 삼계탕 110인분과 수박 10통을 전달했다. 임직원들은 수박을 직접 손질하고 점심 배식에도 참여했다.

 

호국보훈의 달에는 경기 파주의 강안경계부대를 찾아 최전방 장병들에게 치킨을 전달했다. 지역 패밀리도 치킨 조리부터 전달까지 함께했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해온 사람을 다시 나눔의 주체로 끌어들이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BBQ는 경기 이천 치킨대학에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봉사자들을 초청해 ‘치킨캠프’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치킨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경기 지역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BBQ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는 2023년 업무협약 이후 홀몸어르신과 아동복지시설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부 활동을 이어왔다. BBQ 치킨대학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잘하는 음식을 나눈다’는 방식은 다른 외식 브랜드에서도 뚜렷하다.

 

본아이에프의 본죽·본죽&비빔밥은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어르신 본죽 왔어요’를 올해 전국 15개 시도로 확대했다. 주 1회씩 총 37차례에 걸쳐 연내 홀몸어르신 등에게 죽 7215그릇을 전달할 계획이다.

 

2009년 시작한 이 활동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전달한 죽만 누적 20만9655그릇에 달한다.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참여하면서 식사를 전달하는 동시에 고령층의 안부를 확인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지역 현장에서도 음식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본죽·본죽&비빔밥은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 봉사에 참여해 간편죽 1200개와 갈비탕 육수 약 4000인분을 지원했다. 7월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를 위해 죽 약 1000인분을 전달했다.

 

CJ푸드빌 역시 가맹점과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외식업의 특성을 사회공헌에 연결하고 있다.

 

뚜레쥬르는 지난 5월 경기 고양시 가맹점주들과 함께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지역 취약계층에게 당일 생산한 빵 5000개를 전달했다. 가맹점주들이 먼저 나눔을 제안하고 본사가 참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CJ푸드빌은 임직원 참여형 프로그램 ‘푸드빌 해피데이’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뒤 서울·경기·대전·광주·충북 음성·대구·부산 등 전국 10개 지역아동센터에서 약 350명의 아동을 만났다. 임직원 약 150명이 직접 참여해 자사 제품으로 구성한 ‘푸드빌 해피세트’를 전달하고 생일을 함께 축하했다.

 

빕스도 지난 7월 지역 아동을 초청해 쿠킹 클래스와 외식 경험을 제공하는 ‘빕스 동행데이’를 진행하는 등 단순 제품 기부를 넘어 외식 경험 자체를 나누는 방식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아예 피자를 만드는 설비를 현장으로 옮겼다.

 

2008년 10월부터 운영 중인 ‘도미노 희망 파티카’는 차량 내부에 피자 조리 시설을 갖춘 이동식 매장이다. 소외계층과 복지시설, 의료진 등이 있는 현장을 찾아 현장에서 직접 피자를 만들어 제공한다.

 

올해 5월에도 가정의 달을 맞아 파티카 출동 신청을 받았다. 도미노피자에 따르면 파티카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나 행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갓 만든 피자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도미노피자는 제품 기부와 함께 매출을 사회공헌 재원으로 연결하는 구조도 갖추고 있다. 2006년부터 매출 일부와 임직원·가맹점주의 기부금을 ‘희망나눔기금’으로 적립해 서울대어린이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의 환아 치료와 소아질환 연구에 지원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커뮤니티 스토어’는 매장 자체를 사회공헌 플랫폼으로 만든 사례다.

 

커뮤니티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모든 품목은 건당 300원이 적립돼 협력기관에 기부된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커피나 음료를 구매하는 일상적인 소비 행위가 곧바로 지역사회 기부로 연결되는 구조다.

 

국내에는 2014년 처음 도입됐다. 단순히 수익 일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특성에 맞는 기관과 연계해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도 식품기업이라는 본업을 살린 사회공헌을 장기간 이어오고 있다.

 

SPC는 1998년부터 푸드뱅크 사업에 참여해 결식아동과 무의탁 노인,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에 식품을 지원하고 있다. 빵과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공급망을 사회적 나눔과 연결한 대표 사례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업 사회공헌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현금 기부에서 ‘업의 특성을 활용한 나눔’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BBQ는 치킨을 만들고, 본죽은 죽을 끓인다. 뚜레쥬르는 매장에서 갓 만든 빵을 내놓고 도미노피자는 피자를 굽는 차량을 직접 현장으로 보낸다. 스타벅스는 일상적인 매장 판매를 기부와 연결한다.

 

기부금 규모만 키우는 방식과 달리 브랜드가 가진 제품과 매장, 가맹점, 조리 기술, 유통망까지 모두 사회공헌 자원이 되는 셈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전국에 퍼져 있는 가맹점망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본사가 일괄적으로 지원 대상을 정하는 것보다 지역 상황을 잘 아는 가맹점주들이 직접 필요한 곳을 찾아 나눔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