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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도 검열…北스마트폰, 인터넷 대신 ‘감시’가 켜졌다

WSJ “‘해양 701’, 결제·송금·택시 호출 기능 탑재…인터넷 불가”
“대한민국→금지어”…화면 자동 저장·삭제 불가 등 통제 장치도
북한 스마트폰을 분석한 결과 금융 기능과 택시 호출 등 일상적인 편의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정작 인터넷에는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북한 스마트폰을 분석한 결과 금융 기능과 택시 호출 등 일상적인 편의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정작 인터넷에는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북한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이 확산하고 있지만 외부 인터넷 접속은 차단된 채 통신과 결제부터 입력 문구, 화면 기록까지 당국의 통제 아래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와 송금, 택시 호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은 갖췄지만 글로벌 인터넷과 외부 콘텐츠를 차단하고 사용자의 활동까지 기록하는 ‘통제된 스마트폰’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 스마트폰 ‘해양 701’을 직접 분석한 영상을 공개하고,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 이면에 주민을 감시·검열하기 위한 장치가 적용돼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양 701은 2023년 생산된 북한의 중간 사양 스마트폰으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알리페이와 유사한 QR코드 결제 기능도 탑재됐다. 물건을 구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낼 수 있으며, 송금 화면에는 ‘내화’와 ‘외화’가 구분돼 있어 달러화를 송금하는 기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호출 기능도 포함됐다.

 

게임과 문서 작성 등 일반적인 스마트폰 기능도 갖췄다. 리오넬 메시가 등장하는 축구 게임 ‘국제축구 연맹전’을 즐길 수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와 유사한 ‘사무처리’ 앱도 탑재돼 있다.

 

그러나 외부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와이파이 버튼을 눌러도 무선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며,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내부 인트라넷에만 접속할 수 있다.

 

입력 단계에서도 검열이 이뤄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굵은 글씨로 바뀌고, ‘대한민국’이라고 입력하면 곧바로 ‘(금지어)’로 대체된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줄임말인 ‘남친’을 입력하면 ‘남자친구’로 자동 변환되기도 한다.

 

북한군 출신 탈북민 류성현 씨는 WSJ 영상에서 이런 기능이 한국 드라마 등 외부 콘텐츠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한국이나 미국의 영상물을 시청하거나 유포하는 행위가 처벌 대상이라고도 전했다.

 

특히 화면을 자동으로 저장하는 기능도 적용돼 있었다. 스마트폰이 화면을 갈무리해 ‘화면이력’ 폴더에 저장하며, 사용자가 이 기능을 끄거나 저장된 파일을 삭제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스마트폰 자체가 사용자의 활동을 기록하는 감시 장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북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에는 경제적 부담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류씨는 북한 암시장에서 이와 같은 스마트폰이 약 250달러(약 35만원)에 거래되지만 북한 군 장교의 월급이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해 일반 주민이 구매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주민 가운데 스마트폰을 보유한 사람은 약 10%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북한에서는 부자들만 이런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스마트폰 사용이 평양뿐 아니라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스마트폰 이용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국가가 설정한 한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