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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한 줄이 빠를까, 두 줄이 빠를까…실험 결과는?

행안부,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 ‘모두의 토론회’
실제 이용 방식은 50.1% 대 49.9%로 팽팽
“보행 충격 누적…사고 원인 단정은 어려워”

“바쁜 사람이나 시간 운용을 생각했을 때는 한 줄 서기가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줄 서기로 빨리 가는 게 낫지, 길게 한 줄 서기로 가면 도리어 (빨리 가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 없을 때 효율성을 많이 확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한쪽에 서고 다른 쪽을 비워둬야 할지, 양쪽에 두 줄로 서야 할지를 놓고 국민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행정안전부는 29일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에스컬레이터의 안전한 이용 방안을 논의하는 ‘모두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모두의 토론회는 국민이 공감하는 더 나은 정책 방향을 찾기 위한 국민 참여형 토론회다. 이번 토론회는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한 이용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민 선택 ‘반반’ 엇갈려

 

이날 토론회에는 공개 모집으로 선정된 국민 200명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에스컬레이터를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율적인지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시간 활용을 위해 한 줄 서기가 효율적이라는 의견과 두 줄 서기가 오히려 전체 이용자의 이동 시간을 줄인다는 주장이 맞섰다.

 

실제 이용 행태도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행안부가 토론회를 앞두고 공개한 참고자료를 보면 7개 대도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서 ‘한쪽에 서고 다른 한쪽으로 걷는다’는 응답은 50.1%, ‘정지 상태로 두 줄로 서서 이용한다’는 응답은 49.9%였다. 두 방식 간 차이는 0.2%포인트에 불과했다. 두 줄로 서는 이유로는 ‘안전하려고’가 42.4%로 가장 많았다. 한쪽에 서고 다른 한쪽으로 걷는 이유로는 ‘빠르게 가려는 사람을 배려하려고’가 40.1%로 가장 많았고, ‘사회적 분위기·습관 때문’이 21.3%로 뒤를 이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열린 에스컬레이터의 안전한 이용 방안을 논의하는 ‘모두의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열린 에스컬레이터의 안전한 이용 방안을 논의하는 ‘모두의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된 사전 설문조사에서는 두 이용 방식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지난 4일부터 27일까지 정부 온라인 소통 플랫폼 ‘소통혁신24’와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시민참여 플랫폼 ‘빠띠’에서 국민 19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금 늦어지더라도 모두가 안전하게 두 줄로 서서 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74%가 공감했다. 반대로 ‘신속한 이동을 위해 한 줄로 타고 한 줄은 급한 사람들을 위해 비워두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도 65%가 공감했다.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는 한 줄 서기 문화가 확산했다. 이후 안전과 설비 유지관리 문제가 제기되면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진행됐다. 2015년부터는 어느 쪽에 설지를 정하기보다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안전선 지키기 등 ‘3대 안전수칙’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중요한 건 ‘안전 기준’

 

발제를 맡은 장계련 한국산업관계연구원 공공행정본부 본부장은 “한 줄 서기를 하는 사람을 단순하게 안전 의식이 낮다고 볼 수가 없고 두 줄 서기를 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없다”며 “‘한 줄이냐, 두 줄이냐’ 또는 ‘어느 것이 정답이냐’로 접근할 게 아니라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공통의 안전 기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험 결과도 눈에 띄었다. 지난 18일 퇴근 시간대 구리역에서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별 이동 시간을 실험한 결과 한 줄 서기는 평균 106.5초(92명), 두 줄 서기는 평균 102초(112명)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29일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에스컬레이터의 안전한 이용 방안을 논의하는 ‘모두의 토론회’를 열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소중한 의견을 경청해 에스컬레이터 안전 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가 29일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에스컬레이터의 안전한 이용 방안을 논의하는 ‘모두의 토론회’를 열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소중한 의견을 경청해 에스컬레이터 안전 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제공

보행 허용 여부를 다투기보다 에스컬레이터의 설계 기준·유지관리 체계가 실제 이용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에스컬레이터는 이용자가 안정된 자세로 탑승할 때 발생하는 정적 하중을 기준으로 설계된다. 에스컬레이터에 작용하는 물리적 영향을 조사한 결과 내려가며 걸을 때는 약 2.01배, 올라가며 걸을 때는 약 1.54배의 충격이 가해졌다. 다수 이용자가 가하는 반복적인 하중이 누적되면 설비의 신뢰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허윤섭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공학부 교수는 “일시적으로 가해지는 충격이 즉각 에스컬레이터 파괴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고 피로가 지속적으로 누적된다”면서도 “사고나 고장이 발생했을 때 한 줄 서기가 원인이라고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행안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과 제안을 바탕으로 에스컬레이터의 안전한 이용 환경을 조성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문화 개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결국 지향하는 것은 어떤 방식이 엘스컬이터 이용 문화로 권장할 만한가를 토론하는 것”이라며 “오늘 모인 소중한 의견을 하나하나 경청해서 에스컬레이터 안전 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