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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까지 다녀온 ‘20년 친북’ 인사 “북한은 독재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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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주체사상 전파…페루 친북단체 사무총장

“프롤레타리아 독재”…사회주의·공산주의 차이 강조
김씨 3대 세습엔 “아들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
페루 정치권 진출하고 쿠바 연대운동에도 참여
北외교관 추방 9년째…페루엔 여전히 북한대사관 건재

“북한은 독재국가입니다. 그곳에서는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년 넘게 북한을 지지하고 평양까지 방문한 페루의 대표적인 친북 인사 유리 세사르 카스트로 로메로가 북한을 ‘독재국가’로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랜 기간 북한과 교류하며 주체사상을 지지해온 인사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카스트로는 북한의 정치체제를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설명하면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를 강조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진 3대 세습에 대해서는 “아들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고, 손자는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라고 주장했다.

 

유리 세사르 카스트로 로메로가 2018년 4월7일 현지 인터뷰에서 북한의 정치체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리 세사르 카스트로 로메로가 2018년 4월7일 현지 인터뷰에서 북한의 정치체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세계일보가 확보한 카스트로의 지난 2018년 4월7일 현지 인터뷰에는 남미 친북 인사가 바라보는 북한의 정치체제와 사회주의, 김씨 일가의 세습, 주민 통제 등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다르다”…北체제 옹호 논리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마르크스주의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공산주의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노동자 계급이 국가권력을 장악해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마르크스는 이 과정에서 노동자 계급이 기존 지배계급의 저항을 억제한다고 봤다.

 

카스트로는 이 개념을 북한에 적용해 북한을 ‘독재국가’라고 규정했다. 북한의 독재를 노동자 계급이 권력을 행사하는 마르크스주의적 개념인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본 것이다.

 

카스트로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도 구분했다. 그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둘은 서로 다르다”며 “사회주의에서는 ‘각자 노동에 따라’ 분배하고, 공산주의에서는 ‘각자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주의에는 여전히 사회계급이 존재하며, 계급 간 투쟁도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해왔으며, 북한 매체에서도 ‘우리식 사회주의’, ‘사회주의 강국’, ‘사회주의위업’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2017년 말 북한 외교관들을 잇달아 추방했다. 사진은 같은 해 9월12일(현지시간) 김학철 당시 주페루 북한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페루 정부의 추방 명령을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비난하는 모습. 북한은 이후 상주 외교관 없이 주페루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페루 정부는 2017년 말 북한 외교관들을 잇달아 추방했다. 사진은 같은 해 9월12일(현지시간) 김학철 당시 주페루 북한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페루 정부의 추방 명령을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비난하는 모습. 북한은 이후 상주 외교관 없이 주페루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02년부터 주체사상 전파…평양도 직접 방문

 

카스트로는 20여 년간 북한을 지지해왔다. 2002년부터 대표적인 친북 단체인 ‘페루-조선 문화친선연구소(ICAPC)’ 사무총장을 맡았고, 북한과 주체사상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평양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1970년 설립된 ICAPC는 반세기 넘게 북한과 페루의 친선 활동을 벌여왔다.

 

ICAPC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대미 정책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2018년 3월10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트럼프와 존슨이 배운 교훈’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북한을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한 ‘세계적인 핵 강국’으로 평가하고, 미국이 계속 북한과 맞선다면 린든 존슨 전 미국 대통령(1963∼1969년 재임)보다 “더 큰 재앙을 겪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8년 북한의 미 해군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존슨 행정부가 군사력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했지만 결국 굴복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8주기인 2019년 12월17일 평양 주민들이 만수대를 찾아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8주기인 2019년 12월17일 평양 주민들이 만수대를 찾아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고 있다. AP뉴시스

ICAPC의 친북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9년 7월13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는 남북 및 북·미, 북·중 간 대화를 “역사적이고 중대한 사건”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사회주의와 자신의 결의를 계속 굳건히 밀고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스트로는 정치권에도 진출했다. 좌파 성향의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2021년 7월∼2022년 12월 재임)이 출마한 2021년 대선에서는 선거캠프에 합류해 언론 보좌관을 맡았다. 카스티요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페루 리브레는 집권당이 됐다.

 

카스트로는 쿠바 연대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페루 내 쿠바 연대단체들의 홍보 조직을 이끌었고, 피델 카스트로의 글을 알리는 한편 쿠바대사관 관계자들과 각종 행사에도 참석했다.

 

◆3대 세습엔 “아들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김주애와 대비

 

카스트로는 김씨 일가의 3대 세습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자녀를 부모의 삶을 이어가는 존재로 보는 문화가 있다며 “아들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고, 손자는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통치가 계속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마도 그렇겠지만 조선 인민이 결정하는 것이고, 그들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페루의 친북 인사 유리 세사르 카스트로 로메로(오른쪽)가 2012년 평양을 방문한 모습. 페루-조선 문화친선연구소(ICAPC) 홈페이지
페루의 친북 인사 유리 세사르 카스트로 로메로(오른쪽)가 2012년 평양을 방문한 모습. 페루-조선 문화친선연구소(ICAPC) 홈페이지

당시 카스트로가 3대 세습을 설명하면서 ‘아들’과 ‘아버지’를 강조한 점은 현재의 후계 구도와 대비된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4대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에서 하는 것처럼 간접선거”라고 답했다.

 

외국인의 휴대전화 반입을 제한한 데 대해서는 보안상의 이유를 들었다. 카스트로는 과거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폭탄을 터뜨리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휴대전화가 기폭장치처럼 작동할 수 있어 보안상의 이유로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트로가 언급한 사건은 2004년 평안북도 룡천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사고로 보인다. 당시 김정일이 탄 열차가 룡천역을 통과한 뒤 폭발이 발생했다. 이후 휴대전화가 원격 기폭에 사용됐을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전승절’로 기념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3주년을 맞아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를 찾아 추모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부인 리설주 여사와 딸 김주애가 함께했다. 조선중앙TV·뉴시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전승절’로 기념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3주년을 맞아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를 찾아 추모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부인 리설주 여사와 딸 김주애가 함께했다. 조선중앙TV·뉴시스

◆北외교관 추방 9년째…리마엔 대사관 건물 그대로

 

페루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2017년 9월 김학철 주페루 북한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북한 외교관 2명을 추가로 추방했다. 이후 2018년부터 페루에는 북한 외교관이 상주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리마의 북한대사관 건물은 9년째 그대로 남아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비어 있는 북한대사관 건물은 쿠바의 대중조직인 쿠바혁명수비위원회(CDR) 측이 관리하고 있다. 북한뿐 아니라 쿠바 연대운동에도 오랫동안 참여해온 카스트로 역시 공관 유지·관리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스트로의 친북 활동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8월 페루 매체 ‘디아리오 우노’에 기고한 글에서 8월13일을 자신의 “개인적·정치적 삶의 역사를 상당 부분 요약하는 날”이라고 했다. ICAPC 창립 55주년과 페루 리브레 창당 17주년, 피델 카스트로 탄생 99주년이 모두 이날과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카스트로는 ICAPC가 55년간 페루에 북한의 현실을 알려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많은 페루 지식인이 “위대한 주체혁명의 꿀”과 “위대한 불멸의 수령 김일성 대원수의 경험”을 받아들였다고 썼다. 또 ICAPC가 “조선의 사회주의를 전파하고 페루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나 대부분 왜곡돼 있던 현실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카스트로는 2018년 인터뷰 이후에도 주체사상과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친북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달 우파 성향의 게이코 후지모리 대통령이 취임한 가운데, 북한대사관의 향후 존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