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치는 사람은 줄었다는데 골프웨어는 왜 다시 잘 팔릴까.”
한때 코로나19 특수의 대표적인 수혜 산업으로 꼽혔던 골프웨어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실제 골프장 이용객은 감소하고 있지만 골프웨어 소비는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30일 골프웨어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도 정점을 찍은 뒤 축소됐다. 국내 시장은 2022년 4조2500억원까지 성장했지만 2023년 3조7500억원, 2024년 3조45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2년 만에 정점 대비 약 8000억원, 18.8% 감소한 셈이다. 코로나19 기간 골프에 유입됐던 소비층 일부가 해외여행 등 다른 여가활동으로 이동하면서 시장이 정상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매장 축소도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유통 현장의 성적표는 달랐다. 올해 1~7월 신세계백화점 골프웨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 골프용품 매출은 22.3%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골프웨어 매출도 10%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는 증가폭이 더 커졌다. 20일 기준 롯데백화점 골프웨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신장했고,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골프 카테고리 매출이 12.6% 증가했다. 수도권 주요 11개 백화점의 골프웨어 매출도 올해 5월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브랜드별 실적을 들여다보면 소비가 향한 곳이 더욱 선명해진다. 7월 점포당 평균 매출은 지포어가 1억4486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사우스케이프 1억824만원, 말본골프 9763만원, 타이틀리스트 9433만원, PXG 8260만원이 뒤를 이었다. 성장률 역시 사우스케이프가 전년 동기 대비 67.6%로 가장 높았고 보스골프 35.3%, 지포어 13.1%, 나이키골프 10.5%, PXG 8.9% 순으로 증가했다. 기존점 기준으로는 지포어 7.8%, PXG 6.7%, 데상트골프 10.1%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기업 실적에서도 주요 브랜드의 선전이 확인된다.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FJ)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는 2분기 매출 1조2308억원, 영업이익 25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7%, 75.2% 증가했다. 지포어를 전개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도 2분기 매출 3108억원, 영업이익 158억원으로 매출은 4.9%, 영업이익은 110.7% 늘었다.
상품 전략도 달라진 소비 패턴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LF의 닥스골프는 올해 가을 주력 신제품 출시 시점을 예년보다 약 5주 앞당겼다. 늦더위가 길어지는 날씨를 고려해 가을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하면서도 냉감·통기성·신축성을 갖춘 소재를 유지했다. 지난달 초 출시한 가을 신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7% 증가했고, ‘에센셜 데님 팬츠’는 출시 2주 만에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진성 골퍼를 겨냥한 전문성 강화도 이어지고 있다. 데상트골프는 지난해 리브랜딩을 단행하면서 진성 골퍼를 핵심 타깃으로 설정하고 골프화 라인업을 확대했다. 브랜드 최상위 퍼포먼스 라벨인 ‘아크먼트(ACMT)’를 선보이며 기능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
골프장 밖으로 제품의 쓰임새를 넓히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최근 골프웨어에는 니트·셔츠·맨투맨·데님·경량 아우터 등 일상복과 구분하기 어려운 제품이 늘고 있다. 필드에서 요구되는 기능성에 패션성을 더해 출근길이나 여행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들어 골프웨어와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도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깔롱골프는 글로벌 크리에이터 션 워더스푼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빈티지와 컬러, 문화적 스토리텔링에 강점을 가진 인물을 통해 기능성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를 패션·문화 영역으로 넓히려는 전략이다. 말본골프는 골프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패션·주류 브랜드와 협업하는 한편, 북촌에 플래그십스토어 ‘말본 가옥’을 열어 필드 밖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한 골프웨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여주는 골프웨어 시장의 회복은 과거와 같은 ‘골프 인구 증가’에 기반한 성장은 아니다”라며 “구매력이 높은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 하이엔드로 집중되거나 아예 라이프스타일 비중을 높여 대중성을 강조하는 등 양방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524개 골프장 내장객은 4641만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4741만명보다 약 100만명(2.1%) 감소한 수치다.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4772만명, 2024년 4741만명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다. 1홀당 평균 이용객도 2025년 4430명으로 전년 4557명보다 127명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