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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원도 비싸다는데 남는 건 없다”…35년 버틴 김밥집도 결국 문 닫았다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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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 줄 평균 3838원…4년새 30.3% 올라 외식물가 상승 주도
쌀 7.9%·달걀 7.5% 상승…김값·인건비까지 뛰며 원가 부담 커져
상반기 서울 분식점 폐업 461곳…개업 348곳보다 113곳 더 많아

“4000원도 비싸다는데 남는 건 없네요.”

 

쌀과 달걀 등 주요 재료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김밥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지난 6월 기준 3838원으로 2022년 6월보다 30.3% 올랐다. 픽사베이
쌀과 달걀 등 주요 재료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김밥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지난 6월 기준 3838원으로 2022년 6월보다 30.3% 올랐다. 픽사베이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김밥 한 줄을 살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2017년만 해도 서울 평균 가격은 2144원이었고, 동네 김밥집에선 1000~1500원이면 충분했다.

 

지금은 다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지역 기본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38원. 2022년 6월(2946원)과 비교하면 4년 새 30.3% 올랐다.

 

같은 기간 짜장면(22.2%), 냉면(22.8%), 삼겹살(21.0%) 상승률을 모두 앞질렀다. 1년 전(3623원)과 비교해도 5.9% 올라, 소비자원이 조사하는 8개 주요 외식 품목 중 상승률 1위다.

 

평균이 이 정도이니 체감은 더 크다. 강남 일대에서는 기본 김밥이 이미 5000원에 육박하고, 참치나 소불고기가 들어간 김밥은 6000~7000원선까지 올라섰다. 라면 하나만 곁들여도 밥값이 1만원 안팎으로 뛰는 곳이 드물지 않다.

 

지난달 31일, 상징적인 사건 하나가 있었다. 1992년 서울 종로 대학로에서 문을 연 1세대 김밥 프랜차이즈 ‘김가네’ 1호점이 35년 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쌀도, 김도, 사람 손도 다 비싸졌다

 

김밥값이 유독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료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쌀, 김, 달걀, 단무지, 당근, 시금치, 오이, 햄까지 어느 하나만 값이 뛰어도 원가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국가데이터처의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쌀 가격은 1년 전보다 7.9%, 달걀은 7.5%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8%)의 두세 배다. 김값은 더 심각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서 김 100장 기준 가격은 현재 1만1220원으로, 2023년 7월(6774원) 대비 65.6% 뛰었다. 쌀 20㎏ 평균 가격도 지난해 8월 5만9090원에서 올해 8월 6만1488원으로 올랐다.

 

재료값만의 문제도 아니다. 김밥은 밥을 짓고 재료를 손질해 조리한 뒤 한 줄씩 말아 써는,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일부 공정에 기계를 쓸 수는 있어도 전 과정 자동화는 요원하다. 팔리는 만큼 일손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라, 최저임금이 오르면 부담이 고스란히 원가에 얹힌다.

 

최저임금은 2021년 시간당 8720원에서 올해 1만320원으로 18.3% 올랐다. 내년(2027년 적용)에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7월 표결로 3.7% 인상된 1만700원을 의결하면서 한 번 더 오른다.

 

◆올려도 걱정, 안 올려도 걱정

 

그렇다고 원가 상승분만큼 가격을 바로 올리기도 쉽지 않다. 김밥은 여전히 ‘저렴하게 한 끼 해결하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3000원대에서 4000원, 5000원으로 올라갈수록 소비자의 저항도 커진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같은 값싼 대체재도 많아진 마당이라, 가격을 올렸다가 손님이 발길을 돌리면 매출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을 묶어두면 오른 재료비와 인건비를 가게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이미 비싸게 느껴지는 4000원이, 업주 입장에서는 비용 상승분을 다 반영하지 못한 가격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점포는 손이 많이 가는 메뉴를 줄이고, 조리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거나 마진을 확보하기 쉬운 메뉴로 힘을 싣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문 여는 곳보다 닫는 곳이 더 많다

 

이런 사정은 점포 수 통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새로 문을 연 분식전문점은 348곳, 반대로 폐업한 곳은 461곳이었다. 문을 닫은 가게가 새로 생긴 가게보다 113곳 더 많다.

 

서울 시내 분식전문점 수 자체도 계속 줄고 있다. 2024년 2분기 9989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 분기 감소세다. 올해 1분기에는 9448곳으로, 1년 전(9735곳)보다 287곳 줄었다.

 

분식전문점의 5년 생존율은 32.1%. 외식업 10개 세부업종 가운데 아홉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새로 문을 연 분식점 세 곳 중 두 곳은 5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김밥 한 줄 가격이 4000원에 육박한 가운데 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분식점이 늘고 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김밥 한 줄 가격이 4000원에 육박한 가운데 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분식점이 늘고 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국세청 통계로 봐도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분식점 사업자 수는 4만9026명으로, 1년 전보다 5.1% 줄었다.

 

프랜차이즈도 예외는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에 따르면 김가네의 가맹·직영점은 2022년 448곳에서 2024년 378곳으로 70곳 줄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브랜드의 출발점이었던 대학로 1호점마저 지난달 간판을 내렸다.

 

물론 폐업을 전부 김밥값이나 재료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상권 변화, 임대료, 소비 패턴, 개별 점포의 경영 상황까지 변수는 많다. 다만 분식점이 마주한 비용 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밥 한 줄 가격은 4년 새 30% 넘게 뛰어 4000원에 다가섰지만, 업주는 가격을 더 올리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손님에게는 이미 비싸진 값이고, 가게에는 여전히 부족한 값이다.

 

같은 4000원을 놓고 양쪽 모두가 부담을 느끼는 지금, ‘서민 음식’이라는 김밥의 오랜 이미지가 되레 업주들에게 넘기 힘든 벽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