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챙기는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 몸에 이상이 생긴 뒤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먹고 마시는 것부터 바꿔 미리 컨디션을 관리하려는 젊은 소비자가 늘면서다.
이른바 ‘얼리 웰니스(Early Wellness)’다. 거창한 식단이나 고강도 운동 대신 출근길에는 유산균 음료를 마시고, 한 끼에는 식이섬유를 더하고, 간식으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식이다. 건강 관리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생활 습관으로 들어온 셈이다.
CJ올리브영이 발표한 ‘2026 트렌드 키워드’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포착됐다. 올리브영은 특히 1524세대를 중심으로 치료보다 예방과 선제적 관리에 관심을 두는 ‘얼리 웰니스’가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강 관리에 뛰어드는 연령대가 그만큼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식품업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 건강식품 시장의 중심이 비타민이나 영양제였다면 최근에는 유산균, 식이섬유, 단백질처럼 소비자가 알아보기 쉬운 성분을 일반 식품과 음료에 넣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발효유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다논은 최근 드링킹 요거트 ‘액티비아UP’을 당 함량을 낮춘 제품으로 리뉴얼했다. 지방 함량은 0%이며 플레인·딸기·복숭아 등 3종으로 구성됐다.
젊은 소비자의 ‘건강 루틴’과 맞물리면서 판매량도 빠르게 늘었다. 풀무원다논에 따르면 액티비아UP은 지난해 편의점 채널에서 약 2700만병이 팔렸다. 하루 평균 약 7만4000병, 약 1.2초에 한 병이 판매된 셈이다.
건강식품을 따로 주문해 챙기는 대신 출근길이나 점심시간 편의점에서 한 병을 집어드는 식의 소비가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끼 식사에서도 영양 성분을 따지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 늘고 있다.
샘표는 녹두와 동부콩을 활용한 ‘밸런스죽 녹두동부죽’을 선보였다. 녹두와 동부콩을 오래 끓인 뒤 곱게 갈아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으며 한 봉지에 식이섬유 8.6g을 담았다.
대상 청정원은 지난 6월 ‘밸런스 오트밀 감자크림’과 ‘밸런스 오트밀 소고기미역’ 2종을 출시했다.
캐나다산 귀리에 대두단백과 해바라기단백을 더했으며 한 봉지 50g 기준 단백질 6.6g과 식이섬유 3.6g을 함유했다. 열량은 190㎉ 이하로 설계했다. 뜨거운 물 200㎖를 붓고 저으면 약 3분 만에 먹을 수 있어 식단 관리와 간편식을 동시에 원하는 수요를 겨냥했다. 대상은 연말까지 제품을 4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도 여기다. ‘건강식’이라고 해서 별도의 식사를 준비하기보다 평소 먹던 죽이나 오트밀 한 끼에서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께 챙기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음료 시장에서는 식이섬유가 핵심 성분으로 떠올랐다.
티젠은 20가지 채소를 한 포에 담은 ‘샐러드쏙’을 내놨다. 당근·양배추·토마토·브로콜리·샐러리 등에 치커리식이섬유를 더해 한 포당 식이섬유 3000㎎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한 포당 열량은 10㎉다. 그대로 마시거나 물 또는 탄산수에 섞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매일 반복해서 섭취하는 ‘루틴형 제품’ 성격을 강화했다. 티젠은 기존 ‘푸룬쏙’, ‘레몬쏙’에 이어 샐러드쏙까지 내놓으며 관련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더하다 파로귀리차’를 선보였다.
고대 곡물 파로와 귀리를 활용한 제품으로 500㎖ 한 병에 16㎉이며 카페인과 당을 넣지 않았다.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식이섬유 4.2g을 함유한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마시는 차에 기능성 소재를 접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백질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영이 공동 기획한 단백질 브랜드 ‘단백하니’는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30만개를 넘어섰다.
프로틴바를 시작으로 단백질쉐이크 3종과 프로틴바 2종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CJ제일제당은 간편하게 건강을 챙기려는 2030 소비자들의 수요가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식물성 웰니스 브랜드 ‘얼티브’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얼티브 저당두유’ 파로·아몬드 2종을 내놓았다. 저당에 고칼슘·고식이섬유·고단백을 결합한 제품이다.
얼티브는 2022년 출시 이후 프로틴 음료와 식물성 음료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누적 판매량 3200만개를 돌파했다. CJ제일제당은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기능성 두유 수요가 커지는 점을 제품 확대 배경으로 꼽았다.
업계의 움직임은 올해 식품 트렌드에서도 확인된다.
CJ제일제당은 10~70대 소비자 2000명을 조사해 올해 식문화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Daily Wellness’, 즉 ‘건강 식단의 일상화’를 꼽았다. 이에 따라 고단백·저탄수화물·저당·저염·저칼로리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건강식 시장이 일반 식품과 별도의 영역이었다면 최근에는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요거트 한 병, 오트밀 한 끼, 차 한 병에도 유산균이나 식이섬유, 단백질 같은 영양 요소를 넣는 식이다.
젊은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한 번 제대로 챙겨 먹는 것’보다 ‘매일 어렵지 않게 반복하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다.
업계가 영양 성분 못지않게 맛과 휴대성, 편의점 접근성, 조리 시간까지 함께 따지는 이유다. 건강 관리가 일상의 루틴으로 내려오면서 식품업계의 웰니스 경쟁도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음료와 간편식, 간식 시장 전체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