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해변. 거센 갯바람을 뚫고 낮고 묵직한 드론의 ‘위잉’ 소리가 해변 곳곳에서 울렸다. 모래사장에 줄지어 선 드론들이 하나둘 프로펠러를 돌리자 참가자들은 조종기를 손에 쥔 채 바다를 응시했다. 누군가는 기체를 살폈고, 누군가는 낚싯줄을 확인했다. 출발 신호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드론 수십 대가 일제히 하늘로 치솟았다. 각양각색의 기체들이 형제섬이 보이는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목표 지점에 도착한 기체에서 낚시 채비가 바다로 투하됐다.
한쪽에서는 드론 조종 전문가가 바람을 읽으며 기체를 움직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낚시꾼이 입질을 기다렸다. 역할을 나눈 두 사람의 호흡이 곧 승부였다.
제주 특유의 거센 바람에 기체가 흔들릴 때마다 참가자들의 시선도 함께 움직였다. 목표 지점을 벗어나지 않도록 드론을 조종하면서 입질을 기다리고, 물고기가 걸리면 다시 기체를 움직여 해변까지 회수해야 한다.
◆드론 70여대 바다 위로 비상
4차 산업 시대 첨단산업의 집약체인 드론과 해양레저의 결합을 통해 선보인 ‘제9회 세계드론낚시대회 in(인) 제주’가 성황리에 열렸다. ‘2026 제주 글로벌 미래우주항공 컨페스타’ 주요 행사로 열린 이 대회는 제주도와 세계일보가 공동 주최했다.
가족 단위나 동호회, 직장인 등 다양하게 손발을 맞춘 76개 팀(제주도 내 42개팀, 도외 34개팀) 160여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역대 최대어가 낚인 데다 2연패 팀이 나와 화제를 모았다.
올해 대회부터 최대 중량의 한 마리로 승부를 겨뤘다. 참가자들 사연도 다양했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건 서귀포시니어클럽 소속 최고령 참가팀이었다. 83세 어르신을 필두로 80세 동갑내기 어르신들이 한 팀을 이뤄 젊은 참가자들과 나란히 드론을 띄우고 낚싯대를 잡았다. 83세 참가자는 “남아 있는 생 동안 취미활동도 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드론도 이런 활기찬 활동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한 가족 참가자는 “제주에서 대회도 즐기고 가족들과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들고 싶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제주시에서 한 시간가량 차를 몰고 온 부자(父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함께 출전했다. 드론 운용이 직업인 아들이 기체를 조종하고 낚시를 즐기는 아버지가 낚싯대를 잡았다. 아들은 “드론 기술과 아버지의 낚시 취미가 결합된 특별한 콤비네이션”이라고 했다.
서귀포 동쪽 끝 표선에서 달려온 20대 드론 방제 전문가 김모씨와 30대 정모씨도 한 팀으로 나섰다. 김씨는 “처음 참가하는 대회라 설렌다”며 “소식을 듣고 형과 함께 부랴부랴 달려 왔다”고 말했다. 서울 한강에서 열린 2회 대회부터 참가해 지난해 일본 대회까지 찾았다는 40대 가족팀도 있었다. 이들에게 드론낚시는 전국과 해외를 오가며 가족과 추억을 쌓는 특별한 여행이었다.
총 상금 1500만원 규모로 겨룬 경기에서는 무게가 승패를 갈랐다. 디펜딩 챔피언 ‘동광’이 역대 최대어인 1785g의 부시리를 낚아 대회 2연패를 달성해 상금 500만원을 거머쥐었다. ‘파이터즈’가 1606g, ‘다어’가 1127g으로 뒤를 이었다. 목표 지점에 채비를 내린 참가자들은 입질을 기다렸고, 물고기가 걸릴 때마다 해변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부시리와 호박돔 등 대어가 잇따라 올라왔다. 모래사장 낚시에서 보기 드문 어종이다.
동광팀 최재현(46)씨는 “소감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했는데 운이 좋은 건지, 우리 낚시꾼들의 실력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또 한 번 행운이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낚는 순간 1등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AI 인파밀집 관제차 등 첨단장비도
이날 행사에는 인공지능(AI)과 드론을 활용한 첨단 안전관리 장비가 동원됐다. AI 인파밀집 관제차량이 현장에 배치됐다. 안전관제팀은 대회장 상공 40m에 감시 드론을 띄워 참가자들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드론 카메라에 포착된 차량과 인원은 AI가 식별해 관제 화면에 송출했다. 원대남 디알원드론센터 대표는 “사람의 모양 자체를 파악하기 때문에 넘어져 있거나 누워 있어 움직임이 없어도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미래산업국 첨단산업과 첨단모빌리티팀은 비행 중인 드론을 탐지·식별하는 ‘스캔돔’을 운용해 기체를 통제했고, 장시간 감시가 필요한 구간에는 전력을 유선으로 공급하는 ‘유선 드론’도 투입했다.
행사장 한 켠의 드론 체험존에도 인파가 몰렸다. 드론으로 인형을 쓰러뜨리는 조종 체험과 드론낚시의 원리를 배워 보는 프로그램이 운영돼 가족 단위 방문객과 젊은 참가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정훈 세계일보 대표이사는 대회사에서 “드론이라는 미래기술이 제주 바다와 만나 새로운 해양레저 문화를 만들고 지역 관광과 관련 산업의 가능성을 넓혀 간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며 “드론이 다음 세대의 꿈과 가능성을 낚아올리는 ‘상징적 대어’가 될 것이라 확신하며, 제주도와 함께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