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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바다, 늘어나는 재해… 기후변화는 이미 ‘재무’의 문제다 [더 나은 경제,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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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일기도 한반도 수역 바다 수온 측정 이미지. 기상청
해상일기도 한반도 수역 바다 수온 측정 이미지. 기상청

기상청은 지난 25일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최근 10년(2016~2025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18.1도로, 예년 평년(1991~2020년) 17.4도보다 0.7도 높았다. 1991년 이후 10년당 0.3도씩 오르던 상승폭은 최근 10년만 떼어 보면 1.2도로 가팔라진 상황이다. 연평균 수온 상위 4개 연도가 모두 2021년 이후에 몰렸고, 2024년은 18.7도로 가장 높았다.

 

평균 수온 상승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해양 열파(Marine Heatwave)다. 일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 상위 10% 기준을 5일 이상 넘는 상태를 해양 열파로 정의하는데, 기상청은 최근 10년간 우리 바다의 해양 열파 발생 일수는 연평균 83.3일로 예년 평년(22.6일)의 3.7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 보고서를 토대로 한 전망에서 21세기 말 한국 주변 수온은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도 최근 10년보다 1.5도, 중간 배출 시나리오에서 2.2도 각각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동해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96.1일, 1년 중 석 달 이상 비정상적 고수온(해양 열파 발생)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온 상승은 바닷속 생물의 서식 경계를 바꾼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2024년 전 지구의 표층 수온이 0.74도 오르는 동안 우리 해역은 1.58도 상승해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었는데, 그 사이 명태 등 냉수성 어종은 자취를 감췄고 난류성의 분포가 넓어졌다.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양식업에서 뚜렷하다. 2024년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업 피해액은 1430억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였다. 우럭 583억원, 굴 120억원, 전복 117억원 등으로 피해를 봤고, 고수온 특보는 71일간 이어져 제도 도입 후 최장이었다. 바다의 온도가 양식장 폐사와 어획량 변화를 거쳐 매출과 원가 등 기업 재무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기후위험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26일 네팔·중국(티베트) 접경 히말라야에서 빙하 붕괴로 촉발된 대규모 홍수와 토석류가 계곡을 덮쳤다. 네팔 당국 등에 따르면 29일 기준 623명 이상이 숨지고 2400명 이상이 실종돼 인명 피해가 매우 큰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실종자 가운데는 현지 트리슐리강 유역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우리 국민 9명(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도 포함돼 있어 가족과 전 국민이 무사 귀환을 바라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합동 신속 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해 광범위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이번 재난의 직접 원인은 빙하 붕괴이며, 과학자들은 온난화가 히말라야의 빙하와 영구동토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이런 유형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한다. 기후변화와 온난화가 재난의 위험을 높이고 있는 얘기다.

 

갈수록 잦아지는 기상이변은 기업 재무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바다가 따뜻해져 양식장 어류가 폐사하면 수산기업의 생산량과 매출이 떨어지고, 홍수로 발전소가 파괴되면 발전회사의 자산가치와 미래 현금흐름은 흔들린다. 폭염으로 공장 가동이 줄고 전력비용이 오르면 제조기업의 원가는 상승하고, 보험사가 자연재해 보상금을 예년보다 더 지급하면 손해율과 보험료에 영향을 준다. 은행이 기후위험이 큰 기업에 자금을 빌려줬다면 신용 위험과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이어진다. 기후변화가 ‘환경’에서 ‘회계와 금융’ 영역의 문제로 넘어오는 지점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의 기후 공시는 이미 검토 단계를 지나 관련 일정이 확정됐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8일 당·정 협의를 거쳐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 최종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8년(2027회계연도)부터 연결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107곳을 대상으로 공시를 의무화하고, 2029년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지난 2월 공개된 초안의 첫 대상(30조원 이상)보다 훨씬 넓어진 것으로, 정부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의 정보 수요’를 확대 이유로 들었다.

 

공시 방식도 한국거래소 공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에 담는 법정공시로 정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별도 보고서가 아니라 투자자가 즐겨 찾는 공식 재무 공시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그 첫 공시의 핵심 내용은 기후로,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지난 2월 제정한 기준서 제2호는 ‘기업 전망에 영향을 줄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기업의 공시 부담이 크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한다. 이 탓에 시행 초기 3년간은 공시 정보 전반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행정제재·형사처벌을 포괄 면제하되, 고의적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에만 책임을 묻기로 했다. 제3자 인증은 2030년부터 의무화하고, 공급망 배출량(스코프3)은 기업별 공시 개시 후 3년을 유예해 10조원 이상은 2031년부터 적용한다. 현실적인 부담에 따라 준비 기간과 면책을 주되, 공시 자체는 더는 미루지 않겠다는 것이 정책 방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적극적 공시 이행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었다.

 

기후에 따른 제도 변화는 공시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기후적응법)’ 제정안이 통과됐다. 기존 탄소중립기본법이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을 함께 다뤘다면, 새 법은 이미 발생한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피해를 줄일지 별도 법률로 규정했다. 기후위기 적응 정보 관리체계와 기후위험지도 구축, 취약계층·지역 지원, 기후보험 활성화, 그리고 기후위기 적응 산업 육성과 산업계의 기후위험 대응 지원까지 담겼다. 같은날 통과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에는 2031~2049년 감축 목표의 5년 단위 설정 의무화와 함께 ‘녹색 국채’의 발행 근거, 금융회사의 책무 등 기후금융 촉진 조항이 포함됐다.

 

결국 지금 한국에서는 세 방향의 제도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기후위험을 측정하고 적응하도록 돕는 법, 기업이 그 위험을 투자자에게 공시하도록 하고 대응에 필요한 자본을 금융시장이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바닷물 온도에서 시작한 변화가 생태계와 산업, 재무와 공시, 투자와 적응까지 이어진 셈이다.

 

기후 공시는 기업에 새로운 환경 캠페인만 요구하는 제도가 아니다. 바뀐 기후가 기업의 자산과 부채, 매출과 비용, 현금흐름과 가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제도다. 지금은 상당수 기업이 이를 불필요한 규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뜨거워진 바다가 수산업의 손익을 바꾸고, 히말라야의 재난이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과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현실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은 분명하다. 기후위험을 재무제표 밖에 두는 것이야말로 이제는 더 큰 위험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모든 산업의 재무에 스며든 이상 결산과 공시까지 달라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다만 그 변화가 일방적인 규제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람과 산업을 지키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설계되기를 기대한다.

 

민보영 UN SDGs 협회 수석 연구원 unsdgs@gmail.com

 

*민 수석 연구원은 현재 경기도 환경보전기금운용심의위원, 수도권대기환경청 시흥녹색환경지원센터 자문위원,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ESG 위원, 인텔(Intel)의 대외협력 자문역, 글로벌 전략 컨설팅 펌 피어스베일(PierceVale)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