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된 장모씨가 신고 104일 만에 숙소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연일 후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타살의 정황이 없다는 경찰의 발표에 대하여 피해자 유족과 지인들이 ‘고인이 평소 그 장소를 두려워했으며 자살 동기가 전혀 없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프로파일러와 심리학자들이 유족의 편을 들고 나서고, 거기에 경찰은 ‘야자나무에 목을 매서 자살하는 게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를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단순히 ‘자살, 타살 논란’에 그치지 않습니다. 실종자가 실제로 연락한 적이 없는데도 연락이 닿았다고 태연하게 거짓 보고를 하고 시스템에 해제 사유를 교통사고 사망으로 허위 입력한 경찰관의 소행, 심지어 또 다른 성인 실종 사건에서도 유사한 허위 종결 사례가 확인되었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를 뒤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만일 내가, 내 가족이 실종된다면?’ 누구라도 언제라도 같은 일을 겪을 수 있고 우리를 지켜줘야 할 경찰이 우리를 ‘삭제’해 버릴 수 있다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이 사건의 기저에는 깔려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에 관해 다양한 이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해당 경찰관이 여성 대상 몰카범죄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범죄 성향이 있는 경찰관 개인의 일탈을 부각하는가 하면, 인사 평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 사건은 ‘사건 쪼개기’까지 하면서 집중 처리하고 그렇지 않은 사건들은 뒷전으로 모는 실적주의 문화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경찰과 검찰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산시스템의 결점과 허술함에 대한 기사도 쏟아지는가 하면, 아동 실종에 비해 덜 시급하게 다뤄지는 성인 실종 제도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나아가 ‘사건 종결권’을 손에 쥔 경찰의 ‘갓 콤플렉스’가 발현한 것이라든가, 제주도 치안 문제를 지적하는 ‘제주도 위험론’까지 등장한 상황입니다.
이 중 하나만을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중대한 위법행위가 취약한 시스템과 부실한 감독, 법 제도의 공백, 왜곡된 조직문화와 겹치면서 발생한 다층적인 비극으로 보아야 합니다. 물론 담당 경찰관의 책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합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실종자와 연락한 것처럼 보고하거나 전산시스템에 허위사실을 입력한 것은 직무유기죄, 공전자기록위작·행사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는데, 해당 죄명들은 우리나라 사법부에서 이른바 ‘사법 방해죄’로 분류하여 매우 엄중하게 처벌하는 범죄들입니다.
그러나 해당 경찰관에게 엄벌을 내린다고 해서 속 시원하게 문제가 해결될 것은 아닙니다. 공무원 한 명이 몇 시간 만에 사건을 종결하고 허위 사유를 입력하여 관리 대상에서 삭제할 수 있었다면, 개인의 일탈을 막아야 할 조직의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경찰에서 사용하는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실종 신고·발견 이력, 조치 내용과 해제 사유 등을 관리하고 수색과 수사를 지원하는 내부 정보시스템입니다. 그 외에도 평소 경찰은 ‘킥스(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라는 이름의 전산을 통해 사건을 입력하고, 분석하고, 처리합니다. 모든 수사관의 개별적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부여받고, 별도의 전산 담당자 없이 본인이 맡은 사건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입력하고 수정하고 삭제할 수 있는 게 기본입니다.
물론 사건의 최종 처분이라든가 영장신청 등 결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전산상으로도 결재자가 승인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지만, 당직 근무를 설 때는 결재자가 부재하기 때문에 당직자에게 사실상 전권이 부여됩니다. 또한 결재자가 수없이 많은 결재 건을 승인할 때 사건 기록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실무자의 보고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무자가 입력한 내용과 기록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별도의 검수 절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년 실시하는 사무 감사 때 조금씩 들여다보는 정도입니다.
경찰에서는 전수조사를 하고 관리자 이중 승인 절차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또 다른 염려로 이어집니다. 가뜩이나 업무 과다와 미제 사건 폭발로 고충을 겪고 있는 현재의 경찰 조직에, 지금보다 더한 업무 부담을 지워 줘도 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심지어 실무 인력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찰서 형사과의 실종수사 인력은 2022년 848명에서 2026년 3월 기준 779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을 뿐 아니라 실종전담팀이 아예 없는 관서도 많습니다. 제도를 정비하는 것만큼이나 정비된 제도를 소화할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실종 성인법 제정 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모른다는 이유로 실종 신고된 성인을 모조리 추적하는 방식은 극도로 비효율적이고 실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자칫하면 다른 시급한 강력 사건에서의 인력 부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실종 신고의 위험성과 취약성을 객관적이고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단계적 대처가 필요할 것입니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이번 일은 우리 사회의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너무도 아픈 사건입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을 어느 한 사람, 어느 법률 하나, 어느 지역 하나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됩니다. 다시는 가족들이 확인되지 않은 말만 믿은 채 수색의 골든타임을 잃지 않도록 개인과 체계를 모두 손봐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장씨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약속일 것입니다.
서아람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