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집안에 불이 났다. 다급하게 119에 신고해야 하지만 말하기 어렵거나 전화 속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집 안에서 잠든 사이 화재가 발생했는데 경보음조차 들리지 않는다면 위험은 더 커진다. 전북소방이 청각·언어장애인이 겪을 수 있는 이런 재난 대응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맞춤형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31일 전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119종합상황실 상황요원 전원을 대상으로 청각·언어 장애인 119 신고 대응을 위한 수어교육을 하고, 주거 생활 안전을 위한 시각 경보형 연기감지기 보급에 나섰다.
수어 교육은 음성 통화가 어려운 청각·언어 장애인이 119에 신고했을 때 상황 요원이 신고자의 상태와 위치, 위험 요인 등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적절히 초기 대응하도록 의사소통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 전문 수어통역사가 강사로 참여해 실제 신고 상황을 가정한 실습 중심으로 이뤄졌다. 상황 요원들은 청각·언어장애인 신고 접수에 필요한 기초 수어와 응대 요령, 3자 영상통화의 특성과 이용 방법 등을 익혔다.
특히 ‘다치다’, ‘아프다’, ‘호흡’, ‘의식’ 등 구급 상황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과 층수·인원 등을 확인할 때 필요한 숫자 수어를 집중적으로 교육받았다. 3자 영상통화 상황에서도 신고자와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게 ‘청각·언어 장애인 119 신고 접수 핵심 질문 7선’을 선정해 수어 표현과 함께 교육했다. 이를 통해 119종합상황실 상황 요원 전원이 기초 수어교육을 이수했다.
전북 지역 청각·언어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 2만3196명이다. 2024년부터 올해까지 이들이 구급·안내·구조 등을 위한 119 신고는 매년 6∼7건씩 모두 15건이 접수됐다.
전북소방은 이와 함께 화재가 발생하기 전부터 청각·언어 장애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800세대를 우선 대상으로 시각 경보형 연기감지기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재 경보음을 듣기 어려운 청각·언어장애인이 화재 발생 사실을 보다 신속하게 인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취침 중 발생하는 화재는 초기 인지가 늦어질수록 대피할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청각장애인에게 중요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게 소방본부의 설명이다.
전북소방은 앞으로 청각·언어장애인을 비롯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이 긴급한 순간 119에 신고하고, 신고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진형민 전북소방본부장은 “재난 상황에서는 신고자의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 도민도 긴급한 순간 불편 없이 119의 도움을 받도록 신고 접수 대응 역량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