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생명나눔의 뜻을 밝혀온 50대 남성이 오랜 기간 투석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난 뒤 100여 명의 환자에게 인체조직을 기증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월 9일 원광대학교산본병원에서 최용진(56) 씨가 세상을 떠난 뒤 인체조직기증으로 생명나눔을 실천했다고 31일 밝혔다. 최씨가 기증한 인체조직은 뼈, 근막, 심장판막, 혈관, 심낭 등이다. 한 사람의 인체조직기증으로 기능적 장애를 겪는 환자 100여 명의 치료와 회복을 도울 수 있다.
최씨는 오랜 기간 투석 치료를 받는 등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다 지난 7월 8일 세상을 떠났다. 생전 가족들에게 세상을 떠날 때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왔으며, 약 2년 전에는 조카 최부원 씨에게 기증희망등록증을 직접 건넸다.
조카 최부원 씨는 “2년 전쯤 삼촌이 기증희망등록증을 제게 건네며 혹시 모를 일이 생기면 기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셨다”며 “가족들도 삼촌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최씨는 20대 때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크게 다쳐 보행에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40대 초반 투석 치료를 시작하기 전까지 마을버스 운전과 중고차 관련 일 등을 하며 부지런히 생활했다.
건강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가까운 지인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긍정적인 삶을 이어갔다. 요리를 좋아해 직접 만든 음식을 조카들에게 가져다주는 등 주변 사람들과 정을 나눴고, 가족들이 건강을 걱정할 때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조카들에게는 친구처럼 다정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어른이었다. 조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찾아보고, 부모에게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
최부원 씨는 고인을 “단순히 작은아버지가 아니라 친구이자 또 다른 아버지였고,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삼촌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에서 “삼촌과 함께한 시간들이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했던 삼촌이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할머니를 만나 좋은 시간만 보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인체조직기증은 한 사람의 나눔이 많은 환자의 치료와 일상 회복을 돕는 의미 있는 실천”이라며 “최용진 씨의 소중한 나눔이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희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