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하로 내려가
하늘을 바라봤어요
평지에서 네 계단 아래
지층 바닥에 누우니
근처 빌딩들이 반사하는 아침 햇살
몸을 덮었어요
꼭 가려던 지인의 발인엔 가지 못했죠
지하의 길은
세상 가장 지름길
그이와 바로 닿는 느낌 들었어요
그이도 나처럼
땅 위 지름길 잘 찾지 못했죠
그이가 휘도는 길마다 빛의 모서리 섰고
그이도 나처럼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어둠의 반어법 쓰곤 했죠
아침 햇살이 나를 헤집자
들숨과 날숨
밤새워 쓴 일기처럼 바닥에 쌓였어요
내 집 가장 낮은 곳에 누운
나의 애도는
거대한 뿌리로 들린 건물들 아래를 달려
그이에게 바로 닿아요
한발 한발 천천히 계단을 딛고 내려가 지층 바닥에 몸을 눕히는 사람의 모습이 선하다. 시 속 사람은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냈고, 그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것에 내내 마음이 쓰인 모양이다. 지금 당장 자신이 이를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에, 땅 아래에 누워 떠난 이를 그리는 것. 어두운 지층의 작은 틈으로 스민 백색의 햇살로 온몸을 덮고서. 눈을 감고서. 이 ‘애도’는 얼마나 정결한 것인지. 세상이 정한 보통의 방식과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떠난 이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가장 지름길”을 그는 찾아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애도의 방식이 있겠다. 저마다 그리움의 일기를, 편지를 쓰는 방식. 꼭 검은 옷이나 우는 얼굴이 아니라 해도. 어쩌면 진짜 애도는 남들은 영영 알지 못하는 마음속 계단 같은 것일지 모르겠다. 계단을 내려가면 언제 어디서나 불쑥 혼자만의 지층 바닥에 닿는 것.
박소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