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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기후위기 시대의 스포츠

프로야구 경기가 비로 취소되는 것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제 야구를 멈춰 세우는 것은 비만이 아니다. 폭염이라는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 올해 8월 5일부터 9일까지 예정됐던 25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기상 현상 때문에 정규시즌이 사실상 중단된 이례적인 일이었다.

야구장 그라운드에 놓인 온도계가 50도를 가리킬 정도이니 더는 ‘선수들이 참으면 되는 더위’가 아니다. 수만 명 관중을 생각하면 경기 강행은 안전의 문제와 직결된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문제는 이것을 올해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스포츠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계절의 질서’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야구는 봄에 시작해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에 우승팀을 가리는 스포츠다. 하지만 한여름 기온이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지금의 일정은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한여름에 장기 휴식기를 두거나 시즌을 봄·가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까지 언젠가는 논의해야 할지 모른다.

야구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축구와 육상, 테니스, 골프, 마라톤 등 대부분의 야외 스포츠가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극심한 더위가 선수의 경기력을 떨어뜨리고 안전하게 야외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시간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 심각한 쪽은 동계스포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의뢰한 연구에서는 동계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시설을 보유한 전 세계 93개 지역 가운데 현재의 기후 상황이 계속될 경우 2050년대에 동계올림픽을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곳은 52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동계올림픽에서 인공눈과 냉각시설은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그러나 기술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동계올림픽은 개최 가능한 도시를 찾아 몇몇 고지대와 고위도 지역을 반복해 찾는 대회가 될 가능성마저 있다.

그런 점에서 요즘 국내 돔구장 건설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단순한 시설 현대화 차원에서 바라볼 일이 아니게 됐다. 지금까지 돔구장의 장점은 비를 피하고 사계절 공연을 열 수 있다는 정도로 설명됐다. 앞으로는 다르다. 폭염과 폭우, 미세먼지와 기상이변이 반복되는 시대에는 일정한 경기 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기후 적응 시설’이 될 수 있다.

물론 돔구장은 막대한 건설비와 유지비,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 문제도 있다. 기존 야외구장에도 그늘막과 냉방 휴게공간, 관중석 냉각시설을 확대하고 경기 일정과 시작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 그래도 이제 중요한 것은 새 경기장을 지을 때는 앞으로 30년, 50년 뒤의 기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포츠는 자연과 함께 성장했다. 햇빛 아래에서 공을 던지고, 눈 덮인 산에서 스키를 타고, 거리를 달리는 것이 스포츠의 원형이었다. 그런데 이제 자연이 스포츠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환경운동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스포츠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즐길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돼 버렸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기록적인 홈런이나 승패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스포츠를 다음 세대도 계속 볼 수 있을 것인가. 기후위기 시대, 스포츠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무거운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