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은 웃었지만 한국영화에는 잔인한 한 달이었다. ‘오디세이’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스파이더맨 4’)가 극장가를 독식하며 한국영화는 맥없이 쓰러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8월 극장을 찾은 관객은 약 1928만명(8월 1~30일 기준)으로 2024년 8월(1178만명), 2025년 8월(1345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모처럼 극장가에 활기가 돌아왔지만 한국영화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지난달 한국영화를 본 관객은 약 216만명, 한국영화 점유율은 11%대에 그쳤다. 관객은 돌아왔는데 한국영화 관객은 돌아오지 않았다.
◆외화 양강에 무너진 한국영화
지난 2년과 비교하면 올해 성적표는 더욱 선명하다. 2024년 8월 한국영화 관객은 722만명(점유율 61.3%), 지난해는 630만명(46.8%)이었다. 올해 8월에는 지난해보다 극장 관객이 약 583만명 늘었지만, 한국영화 관객은 오히려 약 414만명 줄었다.
매년 여름 성수기에는 한국영화 흥행을 이끄는 작품이 한 편씩 있었다. 2024년에는 조정석 주연 ‘파일럿’(471만), 지난해에는 조정석·이정은·조여정·윤경호 등이 활약한 ‘좀비딸’(564만)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그 자리를 채울 작품이 없었다. 8월 한국영화 중 그나마 체면을 세운 작품은 ‘오디세이’와 같은 날(8월 5일) 개봉해 약 81만 관객을 모은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뿐이었다.
올해 8월 극장가를 양분한 것은 할리우드 대작 ‘오디세이’와 ‘스파이더맨 4’였다. 전날까지 각각 886만, 854만 관객을 모았다. 특히 ‘오디세이’는 개봉 한 달이 지났는데도 주말 3일간 105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열기를 이어갔다. 두 영화가 극장 전체 관객을 끌어올렸지만 다른 영화로 관객이 퍼지는 ‘낙수 효과’는 없었다.
양강 독식 속에 한국영화가 끼어들 틈은 좁았다. 지난달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는 ‘오케이 마담 2’와 ‘경주기행’ 두 편이었다. 두 작품 모두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8월 12일 개봉한 ‘오케이 마담2’는 약 33만명, 26일 개봉한 ‘경주기행’은 약 19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9월 한국영화, 다시 시험대에
9월은 분위기가 달라진다. 대작 외화를 피해 개봉 시기를 미룬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극장에 나온다. 2일 류승룡·하지원 주연 ‘비광’을 시작으로 ‘인턴’(16일), ‘가능한 사랑’(23일), ‘암살자(들)’(23일), ‘타짜: 벨제붑의 노래’(23일), ‘부활남: 더 레드’(30일) 등이 관객을 만난다.
할리우드 동명 영화 리메이크작 ‘인턴’은 ‘만약에 우리’(2025)로 주목받은 김도영 감독이 연출하고 한소희·최민식이 주연을 맡았다.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극장에서 한시적으로 관객을 만난다.
올 추석 극장가 최대 승부처는 ‘암살자(들)’와 ‘타짜: 벨제붑의 노래’다. 허진호 감독과 최국희 감독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같은 날 출격한다. ‘암살자(들)’는 ‘내부자들’(2015), ‘남산의 부장들’(2020), ‘서울의 봄’(2023) 등을 만든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에 이어 배급까지 맡는 첫 작품으로,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시대극이다. 형사 역 유해진, 신문사 부장 역 박해일, 신입 기자 역 이민호가 공식 수사 결과에 의문을 품고 암살의 배후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변요한·노재원 주연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CJ ENM이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한 네 번째이자 마지막 영화로, 도박판 무대를 한국을 넘어 일본과 베트남으로 넓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계+인’, ‘더 문’ 등 대작들의 잇따른 흥행 실패로 고전한 CJ ENM으로서는 이 작품으로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부활남: 더 레드’는 30일 개봉한다. 추석 연휴 정면 승부를 피하고 개천절·한글날로 이어지는 10월 연휴를 겨냥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유일한 스펙인 취준생 ‘석환’(구교환)이 죽은 뒤 72시간이면 부활하는 능력 탓에 의문의 추격을 당하는 이야기다. 대세 배우 구교환이 타이틀롤을 맡았다.
8월 두 편의 외화가 보여준 것은 관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관객이 갈 만한 한국영화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다는 현실이다. 9월 극장가는 그 답을 확인할 첫 시험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