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선을 접한다. 단일 국경선으로는 러시아·카자흐스탄(7644㎞)이 최장이나 미국 본토(6416㎞)는 물론 알래스카(2475㎞)와의 국경선을 모두 고려하면 미·캐나다(8991㎞) 간이 제일 길다.
양국 국경이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비무장 평화지대는 아니었다. 미국의 북진에 영국령 북미(캐나다)는 긴장 상태였고 지금도 남아 있는 캐나다 동부지역의 포대(砲臺)는 이런 역사를 조용히 말해 준다. 현재 양국 국경의 기본 틀은 영국이 미국의 독립을 인정한 1783년 파리조약이다. 조약에는 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온타리오호(湖)를 비롯한 오대호(五大湖) 지역의 경계를 호수 가운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온타리오’는 북미 동부의 원주민 말로 ‘빛나는 물의 호수’, ‘아름다운 호수’라는 뜻으로, 적어도 1639년부터 통용됐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영상에서 지도에 인쇄된 온타리오호라는 이름을 검은색 펜으로 쓱쓱 지우더니 아메리카호(Lake America)라고 썼다. 명칭 개명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정식 서명하자 오랜 동맹국이었던 양국 관계가 벌집을 쑤신 듯하다. 벌써 미국에서 노출되는 구글맵에는 아메리카호로 표시된다. 양호했던 미·캐나다가 트럼프 정권 출범 후 51번째주 편입 논란, 관세 전쟁에 이어 심리적으론 이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추락하는 듯하니 안타깝다.
과거 사석(私席)에서 만나는 미국 측 인사들은 한·일의 ‘동해·일본해 대립’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국익을 제쳐놓은 갈등 탓에 함께해야 할 일이 많은 두 나라 사이가 틀어지는 것이 비이성적, 비합리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미국 대통령이 나서 호칭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미 최고봉 명칭을 원주민 말에서 ‘팽창주의’ 상징인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 이름으로 바꾸고, 멕시코만(灣)은 아메리카만으로 개칭했다. 트럼프는 대서양이나 태평양 이름도 바꿔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앞으로 태평양이 맞느니, 미국양(美國洋)이 맞느니, 입씨름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 것 같아 씁쓸하다.

